정부가 전기차 확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일반 소비자들은 전기차하면 ‘테슬라’를 먼저 떠올린다. 사실 전기차 업계 1위는 중국의 비야디(比亞迪·BYD)다. BYD는 지난해만 전기차 6만1,726대를 팔아 같은 기간 5만여 대를 판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단숨에 글로벌 1위 업체를 꿰찼다. 20여년 전 낡은 차고에서 배터리 회사로 시작한 것에 비해 엄청난 성장이다. 2008년엔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에서 18억홍콩달러(약 2,600억원)를 투자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5,000억원의 지분투자를 하기로 하면서 에너지신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정부는 비상에 걸렸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친데다 신기후체제에 적응하기 위해선 전기차 육성이 필수적이지만 이미 한발늦었다는 지적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이 둔화된데다 후발국 턱밑까지 추격을 해 오면서 소형 내연기관에 치중해 오던 우리 업체들은 거래절벽과 맞닥뜨리고 있다. 그동안 큰 폭의 흑자를 봤던 대(對)중국 완성차 무역수지가 올 들어 사상 처음 적자로 바뀐 게 단적인 예다.
지난 7일 정부는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를 수출하는 등 전기차를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육성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충전요금을 절반으로 깎아주고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1,2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전기차 수요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전기차 구입 시 발생하는 취득세와 도시철도채권을 매입하고 통행료 및 공영주차장 주차료를 깎아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하지만 전기차를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뒷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BYD를 필두로한 중국과 테슬라로 유명한 미국 등 선진국들이 패스트무버(fast mover) 전략을 통해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뒤늦은 대응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팔린 전기차 숫자는 20만3,000대에 달한다. 미국도 11만5,00대, 일본은 2만5,000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팔린 전기차는 고작 3,000대에 불과하다. 내연기관의 경우 세계 수출 3위, 생산 5위의 경쟁력을 갖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이 높아 전기차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미국 테슬라의 움직임은 무서울 정도다. 테슬라가 내년 말 출시한 보급형 세단 ‘모델 3’는 비싼 가격, 1회 충전 후 짧은 주행거리라는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했다. 모델 3는 중형차이면서도 기본 가격이 3만5,000달러로 이전 모델의 절반 이하다. 여기에다 미국 정부 보조금(7,500달러)까지 더해지면 가격은 훨씬 내려간다. 성능도 뛰어나다. 모델 3의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346㎞로 기존 전기차의 2배를 넘는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향후 4년간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2배로 향상 시켜 기존 1회 충전 주행거리(191㎞)의 2배 이상인 400㎞로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동안 부족한 충전 인프라도 서울·제주에 2㎞당 1기의 공공급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전국 4,000개 아파트에 총 3만기의 완속 충전기를 깔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인프라 구축이 정상 궤도에 오른다고 해도 갈 길은 멀 전망이다. 전기차 확산을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전기차를 수리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제주도청으로 고장 난 차를 몰고 오는 웃지 못할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은 현재 수리 전문인력만 3,000명으로 추가적인 수리전문가 1만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통해 인프라와 기술 확충에 나서고 소비자를 위한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전기차 산업을 활성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