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혁신기업을 키우자] "점자 워치로 시각장애인 삶의 질 높일 것"

<3> 점자 스마트워치 개발 '닷'

가볍고 기존 단말기 10% 가격에

카톡·날씨·내비 등 이용 가능

韓스타트업 최초 칸 황금사자상

기업銀 도움으로 사업화 속도

외부투자·지원 줄줄이 이어져

대중교통 디지털 점자안내도 도전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 워치 ‘닷 워치’./사진제공=닷(DOT)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 워치 ‘닷 워치’./사진제공=닷(DOT)




시각장애인용 점자정보단말기를 개발해 판매를 준비중인 김주윤 닷 대표./사진제공=닷(DOT)시각장애인용 점자정보단말기를 개발해 판매를 준비중인 김주윤 닷 대표./사진제공=닷(DOT)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읽어 콘텐츠 정보를 얻는다. 점자 책이 아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의 정보를 읽기 위해선 점자 정보 단말기가 필요하지만 무게가 2~3kg나 돼 들고 다니기 어렵고 가격도 300만원을 훌쩍 넘어 5%의 시각장애인들만이 점자 정보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 진입하면서 정보는 넘쳐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점점 더 정보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뛰어들기엔 작은 시장이면서 중소기업이 도전하기엔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였던 탓에 지난 20년 동안 점자 기술은 이렇다 할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그런데 국내 스타트업이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 김주윤 ‘닷(DOT)’ 대표가 주인공이다. 닷은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워치인 ‘닷 워치’를 개발해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칸 국제광고제에서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제품 디자인과 혁신 부문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닷 워치’는 블루투스(Bluetooth)로 디지털 기기들을 연결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시계 화면이 있을 자리에 탑재된 점자판에 들어 있는 24개의 작은 점자들은 전달되는 전자 신호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며 의미를 표현한다. 손목에 찬 채로 표면을 만져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카카오톡이나 문자의 내용, 날씨, 전화번호 등을 빠르고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시계 옆면의 다이얼을 돌리면 시계, 날씨, 메시지, 내비게이션 등 원하는 기능으로 넘어갈 수 있다. 닷 워치의 가격은 세금 없이 33만원으로 기존 점자 정보 단말기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현재 350억원 어치의 예약 주문이 들어온 상태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 친구가 목에 커다란 기계를 걸고 있었는데 점자 정보 단말기였다”며 “무겁고 비싼 기기를 들고 다녀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보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벼우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일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게 됐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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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을 창업해 성공하기까지의 길이 결코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온라인 이력서 관리부터 우버처럼 트럭을 불러 화물을 운송해주는 공유경제 서비스 사업 등 여러 차례 실패를 맛봤다. 닷 워치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창업에 다시 도전했던 2014년에 예비창업자 발굴 TV 프로그램 ‘황금의 펜타곤’에 출연해 우승하면서 사업이 풀리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우승 상금으로 기업은행으로부터 10억원의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급하게 돈이 필요하거나 해외에 돈을 보내야 할 일이 있을 때도 기업은행을 찾았고 도움을 받았다. 아직 닷의 법인을 설립하기 전이었고 벤처기업 인증도 받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기업은행에서는 아이디어 하나를 믿어주고 자금을 지원해줬다. 또 닷을 위한 전담팀을 따로 마련해 금융 상담과 자산 운용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법인 설립 후엔 연구 자금을 지원하며 사업 파트너로 함께 가고 있다. 김 대표는 “외부에서 사업의 가치를 인정받기 전이었는데 기업은행의 지원으로 서울 가산동에 사업장을 마련했고 안정적으로 제품의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며 “금융지원을 한번 받고 나니 줄줄이 외부 투자나 자금 지원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게 점자 스마트 워치는 시작에 불과하다. 스마트 워치를 기반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론칭하겠다는 것이 그의 비전이다. 그는 “우리는 전광판으로 실시간 정보를 확인하곤 하는데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들은 지하철 안내방송을 한번 놓치면 다음 역이 어딘지 몰라 내리거나 탈 수 없어 그들에게 안내방송은 죽어 있는 정보나 마찬가지”라며 “지하철 역 안이나 버스에 디지털 점자 안내 시스템을 설치해 공공부문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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