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23일 뮌헨 도심의 쇼핑몰에서 9명을 죽이고 27명을 다치게 한 총기난사의 범인은 이란과 독일 복수 시민권을 가진 18세 알리 손볼리로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범인이 테러 직후 도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정확한 범행동기는 규명하지 못했지만 IS와의 연계성 등 정치적 동기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범인에게 전과가 없다며 “정보당국의 감시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총기소지 면허가 없는 범인이 어떻게 총기와 탄환을 손에 넣었는지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범인인 손볼리가 지난 1990년대 독일로 이민 온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학교에서 8년간 따돌림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우울증에 걸려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미국에서 벌어진 학내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책 ‘왜 아이들은 살인을 하는가(Why Kids Kill)’를 소지하는 등 대량학살에 강한 집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77명을 살해한 노르웨이 극우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얼굴 사진으로 사용하는 등 평소 외국인 혐오 성향을 가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범인은 사건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도 희생자들에게 총을 쏘며 외국인을 지칭하는 비속어를 내뱉는 등 혐오를 드러냈다. 또 난간에서 영상을 촬영하던 목격자가 범인에게 ‘아랍계(Kanacken)’라고 소리치자 “나는 이곳에서 태어난 독일인”이라며 “‘하르츠4(독일의 실업수당을 받고 사는 지역)’에서 자랐다”고 반박했다.
독일 및 유럽 사회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공격이 또다시 발생하자 깊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14일 IS 조직원이 프랑스 니스에서 일으킨 ‘트럭 테러’와 18일 IS에 경도된 17세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독일 바이에른주 통근열차에서 저지른 도끼 만행까지 불과 9일 사이 3건의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IS가 아니라 따돌림에서 출발한 사회 불만에 바탕을 뒀다는 점에서 동기를 불문한 광기가 폭력으로 표출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3일 뮌헨 쇼핑몰 테러에 대한 입장 발표에서 독일 국민들이 “공포의 밤을 보냈다”며 “우리 중 누구라도 있었을 법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독일인에게 과연 어디가 안전하냐는 의문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치안 당국이 독일 내 모든 사람의 안전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전체 정부를 대표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 이들을 애도하는 무거운 마음을 유족들에게 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