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사회를 잇달아 강타한 테러 사건들로 궁지에 몰렸다. 지난 18일부터 터진 4건의 무차별 공격을 모두 난민 또는 이민자들이 일으킨 것으로 밝혀지면서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독일을 뒤덮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로이틀링겐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 임신한 여성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같은 날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의 노천 음악축제장 인근에서는 자폭테러로 용의자가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8일 바이에른주 통근열차에서 벌어진 도끼 만행과 22일 뮌헨 쇼핑몰 총기 난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2건의 추가 테러로 독일 사회는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였다.
더구나 일주일 새 일어난 4건의 테러 모두 난민 또는 이민자의 소행이라는 점에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독일 경찰의 수사 결과 도끼 난동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쇼핑몰 총기 난사는 이란계 이민자가 일으켰으며 24일 테러는 모두 시리아 출신 난민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내무부와 경찰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테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된 안스바흐의 자폭범을 제외하면 따돌림이나 치정 등 개인적인 이유가 범행 동기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발표는 오히려 독일 국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메르켈 정부가 정치적 역풍을 피하려 애써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22일 뮌헨 총기 난사가 벌어진 후 메르켈 총리가 20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독일 일간지 슈피겔은 “당황해서 할 말을 잊은 것인가, 아니면 영리한 기다림인가”라며 “메르켈 총리가 뮌헨의 광란에 대응하기 전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꼬집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내년 가을 총선을 앞둔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은 3월 3개 주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며 이미 한 차례 난민정책에 대해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
독일에서 불고 있는 우경화 바람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극우·반이민정당 AfD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메르켈 총리와 그의 난민정책을 비난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군대를 국내 작전에 투입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요아힘 헤르만 바이에른주 내무장관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브뤼셀·뮌헨 사건과 같은 상황에서 제대로 훈련된 군을 소집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