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1980년대 편직(니트) 산업으로 전성기를 누리다가 지금은 쇠퇴한 용산 해방촌 신흥시장이 내년 초까지 환경 개선을 통해 현대식 시장으로 거듭난다. 또 최근 이 일대에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예술공방과 니트 산업을 결합해 해방촌을 전통과 문화가 살아 있는 ‘아트마켓’으로 조성하는 데 앞으로 4∼5년간 시비 10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25일 이런 내용의 ‘해방촌 신흥시장 종합 재생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일대 33만2,000㎡ 규모의 해방촌은 서울형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중 한 곳이다. 이 지역은 과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니트 산업이 번성했지만 기계 자동화와 경기 악화 등으로 침체 상태가 계속되며 현재는 소수 업체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침체가 이어지며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해진 이 지역에 수년 전부터 청년 예술가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면서 현재 40여개의 공방이 입주해 있다.
이 일대 재생의 방향을 고민해온 서울시는 지역 기반산업이던 니트 산업과 최근 활발하게 시도되는 예술공방을 결합해 신흥시장을 아트마켓으로 특성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4∼5년에 걸쳐 최대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우선 내년 초까지 10억원을 들여 신흥시장 환경 개선을 완료한다. 시장 건물 1층과 2층 사이를 답답하게 덮은 낡은 슬래브 지붕을 걷어내 하늘이 보이도록 정비하고 도로포장, 배수시설 정비, 이벤트·휴식공간 조성, 디자인 간판 적용, 조명 개선,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시장 분위기를 밝고 활기차게 바꾼다.
해방촌 노외주차장 자리에는 지하1층∼지상3층 복합 건물을 지어 지하1층∼지상2층은 주차장으로, 지상3층은 주민 공동 이용시설로 활용한다.
신흥시장 내 빈 점포는 젊은 예술인과 디자이너, 니트 산업 종사자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도록 유도해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서울시는 신흥시장에 터를 잡은 젊은 디자이너와 니트 산업 종사자들이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서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기 위해 건물주에게 최대 3,000만원까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임대료 인상을 5년 이상 자제하는 ‘서울형 장기안심상가’ 도입도 검토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신흥시장에 ‘도시재생 현장 시장실’을 열고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박 시장은 “1960년대 초 판자촌이 밀집해 있던 해방촌에 들어선 신흥시장은 50년의 추억을 간직한 서민 삶의 터전”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와 개발 방향에 대한 생각이 있겠지만 해방촌을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 현재와 미래 해방촌 주민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