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기업이 연금이나 퇴직금 지급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연금채무가 2015회계연도 말(2016년 3월) 현재 91조엔(약 990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3,642개 상장사의 실적보고서를 토대로 집계한 수치로 전년 대비 5.1% 증가한 규모다. 연금채무는 기업이 장차 연금 지급 등에 필요한 금액을 금리수준 등 자금운용 여건을 반영해 현시점의 가치로 산출한다. 지난 1월 일본 중앙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으로 운용여건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연금채무 부담도 높아진 것이다.
반면 3월 현재 기업들의 실제 연금운용 자산은 주가하락과 엔화강세의 여파로 7년 만에 줄어든 65조엔 남짓에 그쳤다. 연금채무보다 26조엔이나 적은 금액만 적립하고 있는 셈이다. 신문은 “미적립액 중 일부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용으로 계상해야 하는 만큼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미적립금은 부채로도 계상되므로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기업은 재무가 한층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BOJ가 오는 2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 인하폭 확대 조치로 기업들의 부담이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에 이어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시장 불안을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강세를 띠는 엔화가치는 이미 올해 일본 기업실적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도요타자동차와 유니클로 브랜드를 보유한 패스트리테일링이 회계연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더 많은 일본 기업들이 엔화강세를 이유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회계연도의 달러당 엔화가치가 평균 100~105엔에 머문다면 일본 주요 제조업체들의 수익은 20~26%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가치는 26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4엔대로 전날보다 1~2% 올랐으며 10년물 국채 금리는 0.01%포인트 하락해 -0.25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