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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족구왕] 폼나지 않아도 괜찮아, 청춘이니까

영화 ‘족구왕’의 포스터. 변변치 않은 학력과 배경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꿈을 좇는 청년 ‘만섭’의 이야기를 족구를 소재로 삼아 버무린 작품이다.영화 ‘족구왕’의 포스터. 변변치 않은 학력과 배경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꿈을 좇는 청년 ‘만섭’의 이야기를 족구를 소재로 삼아 버무린 작품이다.




우리 세대의 꿈은 거창했습니다. 대통령, 판사, 의사, 교수...요즘 세대의 꿈은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공무원이 가장 인기있는 직업이죠. 그런데 거창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청춘 본연의 ‘순수한 꿈’, 그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한 젊은이가 있습니다. 영화 ‘족구왕’(2013년작, 우문기 감독)의 주인공 홍만섭입니다.


족구를 하다가 제대도 못할뻔한 만섭(안재홍)은 복학 후 학교에 족구장이 없어진 것을 알고 크게 실망합니다. 총장과의 대화시간에 족구장을 만들어달라는 엉뚱한 제안이나 하는 만섭을 바라보는 선배 형국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부자도 아니고 스펙도 변변치 않으니 공무원시험이나 준비하라는 형국에게 만섭은 씨익 웃으며 대답합니다. “저는 연애가 하고 싶은데요!”

연애도 쉽지는 않았죠. 만섭은 여학생이 대부분인 식품영양학과 재학생이고, 고기집 아르바이트를 해도 등록금을 대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외모도 그저그런데다가 무엇보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족구만 하는 복학생’이니까요. 하지만 만섭은 캠퍼스 퀸카인 안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립니다. 만섭은 잘생긴 전국가대표 축구선수출신 강민과 ‘썸’(연애 직전의 미묘한 관계) 타는 중인 안나에게 과감하게 다가가지만 현실적이고 콧대 높은 안나의 기준으로보자면 만섭은 한참 자격미달이죠. 착한 만섭의 곁을 완전히 떠나지 못하는 안나로 인해 강민과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일대일 족구경기까지 벌이는데 이 일로 일약 캠퍼스의 스타가 됩니다. 이어 벌어진 교내 체육대회에 친구인 창호, 미래와 출전하면서 만섭은 좋아하는 족구에 아낌없이 청춘을 불태웁니다.


저를 포함한 소위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 걱정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에 흐뭇하고 미안하고 부끄러워집니다. 어떤 점이 그랬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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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섭에겐 ‘좋아하는 일’을 밀어붙이는 저력과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솔직하고 순수한 열정이 있습니다. 주저하지 않음! 만섭의 가장 큰 매력이고 장점입니다. “족구는 더럽다”며 하지말라는 안나의 말에 만섭이 대답합니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숨기는 것도 바보같아요” 만섭은 사랑에도 자신의 꿈에도 당당합니다.

2. 만섭은 민폐만 끼치는 동료도 끝까지 챙깁니다. 3인조 만섭팀에는 헤딩밖에 할수없는 여자동료 미래가 있습니다. 미래는 팀전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타박하거나 밀쳐내지않습니다. 미래가 그나마 잘할수 있는 부분을 키워주고 많이 모자라는 부분은 자신이 더 채워나가려합니다. 배려의 미덕과 의리, 희생적인 태도를 갖춘 만섭이 존경스럽습니다.

3. 만섭은 밝습니다. 저는 이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짝사랑하는 안나에게 따귀를 맞아도 생활이 어려워도, 조언이랍시고 함부로 남의 인생을 폄훼하며 독설을 날리는 선배와 친구에게도 만섭은 화를 내거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비굴하지도 않습니다. 보통 내공이 아닌거죠. 이런 장점들은 만섭이가 야망이 아닌, 꿈을 좇는 젊은이라서 아닐까요? 야망은 비열의 늪에 빠지기 쉽지만 꿈은 순수라는 영양분을 통해 자라니까요. 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기성세대도 소개하고 싶네요. 바로, 만섭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당의 여주인입니다. 미인대회출신으로 왕년에 잘나갔다는 이 여주인, 인생철학이 참 마음에 듭니다. “너희 때는 그저 즐겁게 놀면 돼. 벌벌 떨지말고 놀아!” 배포있게 툭툭 한마디씩 던지는 인생사용설명서가 정곡을 찌릅니다. 지금쯤 사회에 진출했을 만섭이 아직도 족구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는 ‘행복을 주는 사람’일겁니다.

-KBS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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