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 실패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국정 장악력을 강화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헌법 개정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으로 현재의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쿠데타 세력 척결을 위해 사형제도도 부활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터키의 주요 정당들이 이른 시간 내 새로운 헌법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터키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에 협력할 것”이라며 “헌법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는 주요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을드름 총리는 개정되는 헌법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날 터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당대표와 만나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번 터키 개헌의 핵심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1인 지배체제 강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한 다음부터 현행 의원내각제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려는 개헌을 추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쿠데타로 불거진 터키의 정국혼란은 AKP가 주장하는 대통령제 전환의 명분을 제공한 셈이 됐다. AKP는 쿠데타 가담세력 척결을 위한 사형제 부활에도 적극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독일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터키 국민이 사형제 재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며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변화한 터키 정국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헌 시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AKP는 현재 터키 전체 의석(550석) 중 317석을 확보한 상태로 개헌 필요선인 전체 의석 수인 3분의2에 못 미친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 제1야당인 CHP가 쿠데타 반대 시위에 합류하는 등 AKP에 호의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CHP의 의석 수는 134석에 달해 AKP가 CHP와 힘을 합칠 경우 헌법 개정을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된다. AP통신도 “그동안 AKP와 사안마다 충돌해온 CHP가 쿠데타 이후 협력하는 태도로 변했다”며 “터키의 개헌 작업이 예상보다 훨씬 순조로울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쿠데타 세력 척결에 열을 올리고 있는 터키 정부는 언론인들과 외교관들도 숙청 목록에 올렸다. 이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휴리예트와 예니사파크 등 터키 유력 언론에서 활동한 여성 언론인 나즐르 을르작 등 42명의 언론인을 대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또 터키 정부는 쿠데타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된 펫훌라흐 귈렌의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외교관들도 찾아서 해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