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시판되는 25개 수도꼭지에서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코웨이정수기 사건으로 물 관리감독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전 국민이 매일 사용하는 수도꼭지에서 포름알데히드와 납 등 발암물질이 다수 검출됨에 따라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수도위생인증제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100개의 조사 대상 가운데 25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이 중에는 기준치를 최대 19배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된 제품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수도제품 위생안전인증기관인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시험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시판 중인 100개의 수도꼭지·수도미터·이음관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 25개는 모두 수도꼭지이며 납과 포름알데히드·페놀·디클로로메탄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불량판정을 받은 수도꼭지 제조업체 가운데는 국내 메이저 업체도 포함돼 있다.
발암 수도꼭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실시된 시판조사에서도 총 38개 수도 관련 제품 중 5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최고 4배 이상 초과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한국상하수도협회는 조사 결과를 상급기관인 환경부에 보고했고 환경부는 적발업체에 인증취소와 과태료 부과 조치를 내렸다.
시판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더 이상 우리나라도 물 소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불량 수도꼭지를 통과한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납과 포름알데히드·페놀 등이 다량 검출됐기 때문이다. 제한된 소비자들이 대상인 정수기 물과 달리 수돗물은 전 국민이 매일 사용한다. 이 수돗물이 지나는 최후의 통로인 수도꼭지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수돗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는 의미다.
서울경제와 서울경제TV가 공동으로 입수한 시판 조사결과에서는 위생안전기준치에 최대 19배에 달하는 중금속이 검출된 제품도 있었다. A제조사가 시판하는 레버식 온냉수혼합꼭지(주방용)에서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페놀이 기준치(0.0005㎎/ℓ)보다 19배 높은 0.0096mg이나 검출됐다. 또 불량 판정된 25개 제품 중 9개 제품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새집증후군의 원인으로도 잘 알려진 포름알데히드는 공기 중 10ppm 미만의 농도만으로도 심한 기관지 자극과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영유아 뇌 발달에 치명적인 납 역시 4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B사가 제조한 벽붙이 레버식 온냉수 혼합꼭지에서는 기준치(0.001㎎/ℓ)보다 4배 이상 높은 0.0045㎎의 납 성분이 나왔다.
이번 시판조사에서 불량 판정을 받은 제품은 모두 수도꼭지다. 수도꼭지의 불량률이 높은 원인에 대해 주무부처인 환경부나 인증기관인 상하수도협회 모두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도꼭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부 수도꼭지 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산 저질부품과 저가황동을 사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수도꼭지의 원재료인 황동의 경우 저급할수록 납 함유량이 많으며 내부 부품인 플라스틱 역시 급이 낮을수록 포름알데히드가 많이 검출된다.
이번 시판조사는 예산제한 때문에 70개 제품만 대상으로 했다. 만약 시판 중인 모든 수도꼭지 제품을 전수 조사했다면 불량 수도꼭지는 이보다 훨씬 많이 적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시판제품 전수조사를 벌이기에 정부 예산과 사업집행기관인 상하수도협회의 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5년 시판조사 예산은 2억5,000만원으로 전년도(1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지만 170여종에 달하는 시판제품을 전수 검사하기에는 부족하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오는 2017년부터는 이 사업에 5억원의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3차 시판조사 때는 인증을 받았지만 환경 기준치에 미달하는 불량제품과 별개로 인증도 받지 않고 무자격으로 유통되는 불법 수도꼭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량 수도꼭지 제조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수도법 시행령이 28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