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초대형IB 육성 장기 로드맵 제시해야

김민형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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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발표할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에 쏠려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11년 대형 증권사를 육성하기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도입했다.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증권사들은 기업여신,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IB들과 경쟁하려면 우선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증권업계는 잇달아 자기자본 확충과 인수합병(M&A)에 나섰다. 그 결과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006800))를 비롯해 미래에셋·NH투자·삼성·한국투자·현대증권(003450) 등 6개사가 종금투 사업자가 됐다. 신한금융투자도 최근 유상증자로 종합투자사업자에 진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초대형 IB 육성책은 이처럼 지난 5년간 변화한 업계 판도를 반영한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초대형 IB 육성책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점을 살펴보면 답답하다. 당국은 초대형 IB의 기준을 자기자본 5조원 이상으로 높이는 대신 사업영역 규제를 추가로 넓혀주고 레버리지 규제 등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증권업계는 극소수 증권사만 혜택을 받을 거라며 기존의 3조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직접 나서 “초대형 IB의 기준이 자기자본 5조원이 되면 M&A를 통해 3조원대에 진입하려는 증권사들의 희망을 꺾는 것”이라고 반대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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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들의 이런 모습은 실망스럽다. 글로벌 IB 시장의 최강자인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91조원)에 비하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규모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3조원이나 5조원이나 골드만삭스에 비하면 30분의1, 18분의1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에 명함을 내놓기조차 부끄럽다. 황 회장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결국 글로벌 IB로의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메기’들에게 빼앗길 밥그릇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는 느낌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초대형 IB의 출현은 정부 정책에 따라서가 아니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 역시 업계 스스로를 뒤돌아보면 면목이 서지 않는다. 종금투 사업자를 목표로 한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2011년 앞다퉈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들은 지난 5년간 적게는 700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원 가까이 배당을 하면서도 자기자본은 거의 늘리지 않았다. 정부가 물꼬를 열었을 때 한 번 덩치를 키워놓은 후에는 다시 제자리걸음만 반복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업계의 속성을 파악해 초대형 IB 육성 정책을 펴야 한다. 현재처럼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그때그때 당근을 주는 방식은 매번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자기자본 5조원·7조원·10조원·15조원 등 단계별로 부여할 혜택을 미리 정해 전체 로드맵을 한꺼번에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단계별로 종금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확실한 유인책을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증권업계가 단기적 정책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각자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10~20년 후를 준비할 수 있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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