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리뷰-오페라 '도요새의 강'] 70분간 경건히 기도하듯…상실의 슬픔을 치유하다

서울시오페라단 원어로는 초연

편안한 음색·페이스페인팅 눈길

테너 서필(왼쪽) 등 단원들이 26일 ‘도요새의 강’ 드레스 리허설 중이다.  /사진제공=서울시오페라단테너 서필(왼쪽) 등 단원들이 26일 ‘도요새의 강’ 드레스 리허설 중이다. /사진제공=서울시오페라단


지난 26일 드레스 리허설에서 공개된 오페라 ‘도요새의 강’은 70분간의 장중하면서 경건한 기도와도 같았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은 절규 대신 넋을 잃은 애절한 흐느낌으로 표현됐다. 이는 마치 슬픔을 토해내고 치유하는 의식인 기도처럼 느껴졌다. 관객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둔감하거나 뉴스 등 이야기로 소비해버리기 일쑤인 요즘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가운에 우리도 치유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작품을 통해 공감하기 충분할듯 했다.


‘도요새의 강’은 아들을 잃고 실성한 여인(어머니)이 아이를 찾아 떠돌다 어느 강에 이르게 되고 그곳에서 뱃사공, 여행자, 수도승 등과 만나 위로받으며 슬픔을 치유한다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다.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던 사람들은 미친 여인을 처음에는 조롱하고 비웃는다. 그러나 이들은 그녀가 정신을 놓은 이유가 아들을 잃어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미친 여인과 이들의 간절함이 통해 아들의 영혼과 마주하게 된다. 또 미친 여인을 배에 태울지 말지를 결정하는 뱃사공은 현실에서 권력자를 대변하며, 미친 여인과 함께 배에 오르는 여행자는 세상의 섭리대로 흘러가는 인간의 군상을 상징한다. 또 수도원장과 수도승에게는 선과 악을 넘나들며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이 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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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의 ‘현대 오페라 시리즈’ 첫 편인 ‘도요새의 강’은 영국의 저명한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작품으로, 원어로는 국내에 초연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국립오페라단(1997)과 서울오페라앙상블(2013)이 ‘섬진강 나루’라는 제목으로 번안·공연한 적이 있지만, 원어 버전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벤자민 브리튼이 일본 여행 중 가면극 ‘노(能)’에 영향을 받아 작곡한 까닭에 출연자 모두가 남성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물론 미친 여인 역도 테너가 맡는다. 이 때문에 ‘도요새의 강’은 편안한 음색들로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공연 전반에 흐르는 성가대를 연상하게 하는 코러스와 플루트, 호른, 더블베이스, 비올라, 하프 등 악기 연주도 경건함을 배가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노의 흔적은 분장에서도 확인되는데 등장인물 모두가 감정 표현을 위해 가면 대신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등장한다. 또 미친 여인의 슬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무대 장치는 최소화했다.

미친 여인 역에는 테너 서필과 양인준이 교체 출연한다. 또 뱃사공 역에는 바리톤 공병우, 여행자 역에는 바리톤 정일헌·성승욱·김종표, 수도원장 역에는 베이스 김영복·김재찬 등이 각각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른다. 28∼3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3~7만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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