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쉼] 최수문기자의 Travelogue

코리아둘레길 지선·간선 구분

여행객 쉽게 이용토록 해야

문화체육관광부가 동·서·남해안과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잇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외곽을 한 바퀴 도는 총 4,500㎞의 ‘코리아 둘레길’을 만든다고 했을 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넓었나’였다. 동해안과 서해안은 약 600~700㎞, 남해안과 DMZ는 400~500㎞ 정도 거리의 사각형이 우리나라 국토(남한)의 모습이다.

사업 관계자의 부연 설명을 듣고 일단 이해는 갔다. 반도와 섬들의 해안가를 모두 돈다는 것이다. 남해안 쪽만 연륙교로 놓인 섬들의 해안을 모두 거치면서 1,900㎞가 예상된다. 이를테면 경남 고성에서 통영으로 들어가 거제도를 한 바퀴 도는 식이다. 걷기여행길이 좋은 관광상품이 되려면 완주하는 보람을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계획에 따르면 경남 창원에서 고성을 거쳐 사천으로 가는 데 400㎞를 걸어야 한다. 통영으로 들어가 거제도를 한 바퀴 돌면 그렇다. 엇비슷한 바다 풍경을 보면서 제자리걸음하는 격이다.


반도나 섬을 빼고 과감하게 직선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코리아 둘레길의 일부인 해파랑길은 770㎞다. 섬이 없고 해안이 직선인 동해안을 남쪽 부산에서 북쪽 강원도 고성까지 주파하는 길이다. 남해안과 서해안도 같은 방식으로 할 경우 500~700㎞ 내외로 가능하다. 코리아 둘레길이 총 2,500㎞ 규모로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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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선·지선 개념을 살려 남해안과 서해안의 반도와 섬은 지선화하면 된다. 창원에서 고성을 거쳐 사천에 이르는 간선 걷기여행길이 1번이면 거제도를 도는 코스는 1-1번으로 하는 식이다. 짧은(?) 시간에 2,500㎞라는 코리아 둘레길을 주파했다는 만족감을 주고 그래도 서운한 사람들은 지선까지 돌 수 있게 하면 된다.

지난 2007년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된 걷기여행길이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이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전국에 무려 600여개, 1만7,000㎞의 걷기여행길이 있는데 관리 주체가 문체부와 함께 환경부·국토교통부·행정자치부·해양수산부·산림청 등 중앙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흩어져 있다. 문체부가 2013년부터 체계적 관리를 목표로 ‘걷는 길 조성 관리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화를 시도했지만 이해관계 충돌로 최근 무산된 바 있다.

코리아 둘레길이 ‘고육지책’일까. ‘새로운 토목사업이다’ ‘스토리가 없다’ ‘내륙 지방에 대한 홀대다’라는 등의 비판도 있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사람과 재화의 이동을 위한 길을 만드는 사업은 파괴를 동반한다. 자동차·자전거 도로가 그렇고 걷기여행길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오늘도 수많은 길이 만들어지는 것은 파괴의 정도를 넘어서는 생산 유발 효과 때문이다. 걷기여행길이 인체의 모세혈관처럼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연결해 지역 관광산업을 키우기를 기대한다.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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