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오는 8월1일 시행된다. 이에 맞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도 의견 수렴을 마쳤고 감독규정 제정안은 이미 지난 6월 확정된 상태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역시 마쳤다.
이번 법은 처음 제정된 법률인데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획기적인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우선 관심을 모으는 것은 증권과 보험업·카드사 등의 제2금융권에서의 최대주주 등 최다 출자자 개인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의 현대카드 출자지분 정리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새 법은 전 금융권을 향해 이사회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의 위원회 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내부적 자율성이 존중돼야 할 지배구조까지 강행규범이 다수 도입돼 금융계가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할 법하다. 하지만 대주주 지배가 쉽게 허용돼온 제2금융권의 경우 대주주의 전횡이나 독단적 경영이 많은 시장 실패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제2금융권에 강력한 지배구조 규범의 도입은 공공성과 건전성을 담보할 만한 조치로 평가된다.
사외이사가 이사회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보수위원회 등의 위원장을 맡아 인사와 성과보상 등을 책임 운영하도록 한 것도 상당히 과감한 개혁조치다. 그동안 주인이 없던 은행의 경우 경영진이 사실상 주인 노릇을 하며 사외이사를 거수기로 전락하게 한 측면을 생각해보면 자업자득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성공적 정착은 이제 금융회사의 몫이 됐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글로벌 은행의 운영 관행에서 몇 가지 착안사항을 도출해볼 수 있다.
먼저 이사회와 경영진 간 역할 분담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은행에서 이사회는 금융회사의 경영 방향과 경영 정책을 정하는 일이 주된 임무다. 그래서 이사는 ‘방향을 잡는 사람’이라는 뜻의 ‘디렉터’로 지칭한다. 이에 비해 경영진은 결정된 경영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이다. 영어로도 ‘CEO(최고경영자)’는 ‘집행 간부 중 우두머리(Chief Executive Offcier)’라는 뜻을 지닌다. 집행 간부들은 총칭해 통상 ‘경영진(management)’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사회는 경영 방향과 정책을 결정하고 경영진은 집행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재정립해야 한다. 물론 감독 당국이 이사회 의사록이나 속기록을 점검해 이사회 운영 관행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할 필요도 있다.
둘째, 이사회 운영에서도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은행의 경우를 보면 이사회 이사들은 경영진이 경영 동향 및 전망, 향후 경영 방향을 보고하면 이에 대해 토론하고 경영진이 제안한 경영 방침을 수정 또는 확정하는 일을 주된 임무로 한다. 이 같은 경영 방향에 맞춰 경영진이 제안한 경영 자원(인력·자금 등)의 투입에 대해 토론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이사회 구성원도 낙하산이 아닌 금융업계나 유관 업종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로 채우는 전향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은행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들은 대부분 금융업계 또는 연관 제조업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사로 선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위해 이사 고용계약시 비밀준수 의무와 퇴임 후 경쟁업체 이직 제한 등 그동안 한국에 없던 고용계약 관행들도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은행에서는 고위 임원의 영업기밀이나 전략 유출 방지를 위해 경쟁업체 이직을 1년 이상 등 일정 기간 제한하는 조항을 고용계약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는 하루아침에 완성될 과업이 아니다. 사회적 여건과 금융회사의 전향적인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시행되는 지금이 이를 본격화할 시점으로 여겨진다. 김양권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