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은행·증권사 갑질에...온라인 전용펀드 성장 '발목'

수수료 저렴한 온라인펀드 출시 막으려

은행·증권사 "오프라인 판매 중단" 압박

운용사 "눈치 보느라 마케팅 제대로 못해"

설정액 50억 미만 소규모펀드 45% 달해

후진적 유통구조에 온라인펀드 성장 차질







A자산운용사는 지난 3월 온라인 전용펀드(E클래스) 2종을 추가로 내놨다. 유사하게 설계된 오프라인 펀드(A, C클래스 등)가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만큼 수수료가 싼 온라인 펀드도 히트를 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운용사는 온라인 펀드 출시 후 별다른 마케팅도 하지 못했다. 펀드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펀드 판매 중단 카드로 운용사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값싼 수수료에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던 온라인펀드는 판매 4개월이 지났지만 설정액이 1억원도 안된다.

후진적인 펀드 유통구조와 펀드 운용사·판매사 간 갈등이 온라인 펀드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온라인 펀드 시장의 전체 설정액 지난 25일 기준 3조8,416억원으로 성장했다. 2006년 말 895억원에서 약 43배나 성장한 수치다. 전체 온라인 펀드 개수는 3,050개로 펀드 1개당 평균 설정액은 약 12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설정액이 가장 많은 온라인 펀드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e형(1,389억원)’이었다.


하지만 전체 공모펀드 시장에서 온라인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국내 전체 공모펀드 설정액(240조원) 중에서 온라인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온라인 펀드 판매가 허용된 2002년 이후 설정액 2조원을 돌파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올 들어 전체 설정액 증가분이 1,253억원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올해 4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온라인 펀드 3,050개 중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가 1,362개(45%)에 달했고 설정액이 1억원 미만인 펀드도 343개(11%)나 됐다. 자칫 소규모 펀드 정리에 온라인펀드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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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에서는 판매 보수가 센 오프라인 펀드(A, C클래스)만 투자자들에게 권하는 판매사 중심의 펀드 유통 구조에 문제를 제기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펀드라도 판매 수수료가 낮으면 판매사에서 외면한다”며 “온라인 펀드를 내놓으면 해당 펀드의 다른 클래스도 창구에서 추천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온라인 단독 펀드 출시는 아예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계열사 중 은행이나 증권사가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 운용사들은 기댈 곳도 없다. 또 다른 운용사 임원은 “온라인 펀드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싶어도 은행 등 판매사들의 ‘갑질’에 눈치를 봐야 한다”며 “인터넷은행 도입 등을 계기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같은 행태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2014년 운용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펀드슈퍼마켓’이 출범했지만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관건으로 분석된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온라인 펀드는 모바일 은행 앱,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등 비전통적인 판매 채널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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