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의장국인 라오스가 27일 오후 공개한 의장성명에는 “장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북한의 지난 1월 6일 핵실험과 2월 7일 로켓 발사, 7월 9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한반도의 최근 상황 전개에 우려를 공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명은 “장관들은 이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지지를 재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장관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 2270호를 포함한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모든 당사국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추가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장관은 인도주의적 우려에 대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는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라는 큰 틀 속에서 남중국해, 북핵 문제,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의장성명 채택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음에도 예상보다 빨리 의장성명이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와 2014년도 ARF 때도 폐막 후 나흘이 걸려 의장성명이 채택된 바 있다. 특히 북한이 연초부터 제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한 만큼, 올해 ARF의 의장성명에는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예년보다 한층 높이겠다고 우리 정부는 벼르고 있었지만 의장국인 라오스가 친북 성향이 강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었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발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를 의장성명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더욱 꼬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의장성명에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한 우려 △한반도 비핵화 △북한의 안보리 결의 준수 촉구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등의 내용이 담기면서 우리 정부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또 사드 관련 내용이 의장성명에 포함될 경우,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압박 메시지가 희석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의장성명에서는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번 ARF 계기에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 성사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양국)의 호상(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일갈했다. 또 한중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 것이냐며 사실상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중국과 한층 가까워진 모습을 연출하면서 국제사회의 북핵 공조에 균열을 유도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