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도권 규제, 지방보다 해외로 기업 내몰았다

수도권 규제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이후 5년간 수도권 규제로 투자를 포기한 기업 가운데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한 곳은 9개사에 불과했다. 반면 해외로 공장을 옮긴 기업은 28개사로 지방이전보다 3배나 많았다. 수도권 규제를 피해 기업들이 지방으로 둥지를 옮긴 게 아니라 아예 투자여건이 나은 해외로 나가버린 것이다.


규제에 막혀 수도권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직접투자도 최근 6년간 1,227억달러로 같은 기간 유입액 469억달러의 2.6배나 됐다. 균형발전을 위한다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지방을 살리기는커녕 국내 기업을 외국으로 내쫓고 해외 기업의 투자유치도 어렵게 하는 셈이다. 수도권 규제가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추세를 보더라도 수도권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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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도시권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과 영국·프랑스의 경우 수도권집중억제 정책을 1980년대에 폐기하고 도쿄·런던·파리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둔 수도권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도권 규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 사이 기업들은 해외로 줄줄이 빠져나가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는 판이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 제조업체의 전체 부가가치 생산 가운데 해외 비중은 2013년 기준 18.4%에 이른다. 2003년의 4.6%에 비하면 10년 새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수도권 규제를 피해 기업들의 해외이전이 계속되면 고용부진과 성장둔화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일부 야당 의원들조차 수도권 규제가 애초 목적인 균형발전에 실패하고 지역격차만 심화시켰다며 규제완화법을 발의했겠는가. 도입 취지를 상실한 수도권규제법은 폐지하거나 손질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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