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반대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변호사

권력개입 되레 쉬워져 '제2 중수부' 될 것

진경준 검사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 등으로 해묵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고위공직자와 그 친족이 저지른 부패사건의 수사·기소를 전담하는 독립적 수사기구인 공수처 신설을 위한 법안이 과거 국회에 아홉 차례나 제출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야당이 공수처 설치를 위한 공조에 나섰다. 공수처 설치 찬성 측은 검찰 권력 분할로 상호견제가 가능하고 독립된 수사기구를 통해 국민 불신을 해소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공수처도 인사권자 의중에 영향을 받아 독립적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옥상옥’의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로 이 삼복더위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공수처 설치 주장이 오랜 기간 이어져 왔지만 최근 비리의혹으로 강하게 탄력 받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이른바 주식 대박 사건과 홍만표 변호사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의혹 등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터지자 다시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세를 얻고 있다.

우리 사회 부패, 특히 검찰과 경찰·국방·세정 등 권력기관의 비리가 심각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비리로 인한 국정문란, 국가 예산 누수 등의 문제지만 심각한 문제는 이들 권력기관의 비리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갈등이 국가공동체를 파괴할 정도에 이르는 데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국민들의 생각은 국가는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일으키는 만큼 국가의 존립근거를 뿌리째 위협한다. 그런 면에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뿌리 뽑자는 공수처의 설립취지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공수처 설치가 적절한 방안이라면 필자도 적극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없기에 반대한다.

관련기사



공수처가 설치되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비리수사는 검찰 대신 공수처가 맡게 된다. 각 당의 법률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고위공직자란 대략 전직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판검사, 장관급 장교, 경무관 또는 치안감급 이상의 경찰간부 등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더라도 검찰이나 경찰이 이들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수처라는 전담 수사기관이 존재하는데 국가기관의 생리상 검경이 이들에 대한 수사에 적극적일 리 없다. 그렇다면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가 거의 전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지금보다도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현재 검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수처 설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검찰이 권력에 종속돼 표적수사를 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봐주기식의 수사를 하는 등 수사기관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감 가는 면이 있다.

2815A37어떻게반대2815A37어떻게반대


그러면 공수처는 그럴 위험이 없을까. 야권의 법률안과 같이 국회 추천위원회의 추천이든 대법원장 추천에 의하든, 결국 공수처장에 대한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이는 입법·사법·행정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기관으로 설치한다 하더라도 헌법상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공수처가 인사권자의 의중을 살피지 않고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현재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에서 추천받은 자를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결국 유사하게 구성된 공수처가 다를 것이라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이유로 2013년 검찰의 중앙수사부를 폐지했는데 이를 부활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과거 중수부에 대한 청와대의 입김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중앙수사부장을 거쳐야 해서 간접적이었지만 공수처는 곧바로 처장을 통제하면 되므로 마음만 먹는다면 공수처를 통제하는 것이 검찰을 통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울 것이다.

그러므로 공수처는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없다. 그 방안은 새로운 수사기관의 설치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미 존재하는 검찰과 경찰의 막강한 수사력이 잘 작동될 것인지에 있다. 검찰과 경찰이 경쟁적으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비리를 수사하는 구도를 만들면 된다.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고위공직자의 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도록 하고 구속·압수 영장 등을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청구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경찰은 검사를 포함해 고위공직자에 대해 검찰의 제약 없이 수사를 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만약 경찰에 의해 검사가 구속되는 ‘참혹한 꼴’을 당하게 되면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엄두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존심 회복을 위해, 그리고 경찰의 전면적인 수사권독립을 막고자 경찰에 앞서 공직자의 비리를 찾아내고자 눈에 불을 켤 것이다. 국민과 언론은 혹 권력자의 비위를 건드린 수사로 인해 어떤 검사나 경찰관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는지 감시하면 될 터이다.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위헌의 소지가 있거니와 변형된 버전의 ‘중수부’를 면하기 어려울 공수처를 설치할 일이 아니다.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변호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