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학·연구소 벤처펀드, 기술 자회사에 투자 가능

중기창업 지원법 시행령 개정

전문인력 기술창업 활성화 기대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한 다양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있다. 사업화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ETRI 밑에 기술지주회사인 에트리홀딩스를 두고 또 그 아래에 기술 자회사를 두는 구조로 기술 사업화가 진행된다. 문제는 다양한 기술을 각각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자회사를 새로 설립하며 창업을 늘릴 수 있지만 이후 벤처 펀드를 통한 후속 투자가 불가능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상으로 에트리와 에트리홀딩스, 자회사가 특수 관계인으로 묶여 있어 에트리홀딩스가 외부에서 자금을 모아 펀드를 만들어도 자회사에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들었는데 그 자금을 자회사에 투자하면 스스로 이익을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기 때문에 만든 규제지만 이로 인해 연구소와 대학들이 개발한 기술로 창업만 하고 그 이후 성장을 위한 투자가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8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됨에 따라 앞으로는 연구소와 대학들이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해 자체적으로 기술 자회사에 벤처펀드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대학과 연구소에 쌓인 적립금과 여유자금을 활용해 기술 사업화 이후 후속 투자가 가능해져 적립금과 여유 자금 활용도가 높아진다. 그 동안 투자활동을 희망했던 에트리홀딩스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지주, 인천대학교기술지주, 전북기술지주회사 등 대학·연구소 기술지주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창업투자회사를 만들어 기술지주회사 밑에 자회사들에 직접 투자하고 후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조병식 에트리홀딩스 대표는 “에트리의 기술을 활용해서 창업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고 이후 후속 투자를 통해 기술 자회사들이 데스밸리(창업 3~7년 사이에 어려움을 겪는 구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 동안에는 자회사 투자를 유치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에트리가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해 벤처 펀드 자금을 모으고 이를 통해 직접 투자를 하게 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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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행령 개정은 대학과 연구소 전문 인력들의 기술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학과 연구소 기술지주회사가 그 자회사의 기술과 성장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초기에 벤처 펀드 투자를 통해 성장 시키면 이후 외부의 벤처캐피털(VC)의 후속 투자도 받기 쉬워진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그 동안 대학과 연구소가 개발한 유망한 기술들이 투자 유치가 어려워 사업화 이후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전문 인력들의 기술 창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해당 기술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지주회사들이 초기 투자를 통해 성장시키면 이후 다른 VC들이 눈여겨 보고 있다가 후속 투자를 하면서 기술 창업 생태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례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항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자회사의 특수관계인이 특정인에 해당할 경우에는 자회사에 투자할 수 없다. 특정인은 창업투자회사의 주요주주나 창업투자조합의 주요출자자이면서 기술지주회사에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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