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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서 실존인물 처음 연기한 손예진] "덕혜옹주 비극의 삶,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죠"

어머니 죽음도 못지키고 강제유학…

가련한 삶에 동화, 시사회서 펑펑 울어

작품 완성도 높이려 첫 10억 투자도

슬픈 역사로 오랜 여운 느낄수 있을 것

배우 손예진배우 손예진


“어릴 때는 주위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그렇게 밝고 총명했다고 해요. 하지만 강제로 고국을 떠나고, 어머니의 죽음도 곁에서 못 지키게끔 쫓겨나고…. 그런 비극들을 연달아 겪으면서도 꾹꾹 눌러온 감정들이 어느 날 병이 되어버린 거죠. 물론 기질적으로 나약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이해가 많이 됐어요. 힘들어도 괜찮은 척 버티고 견디다 결국 무너져 버린, 그 모습이 너무도 가슴이 아팠죠.”

배우 손예진(35)은 실존인물인 덕혜옹주(1912~1989)에 대한 생각을 차분히 말했다. 고종황제가 환갑에 얻은 고명딸이자 대한제국 신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귀엽고 총명했던 황녀. 하지만 일제의 횡포로 13살 때 일본으로 강제유학을 떠난 후 37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옹주의 모습은 가슴 아플 만큼 초라했다. 1962년 귀국 모습을 여러모로 찾아봤다는 그는 “실제 나이가 50대 초반인데 혼자선 잘 걷지를 못해 부축을 받더라”며 “동그란 눈이 너무나도 예뻤던 옹주의 예전 모습이 겹치며 참 가련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 무슨 사건들이 있었기에 한 여인의 인생이 이토록 비극으로 치달았을까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자 한 것이 우리 작품”이라며 영화 ‘덕혜옹주’를 소개했다.

영화 ‘덕혜옹주’의 한 장면영화 ‘덕혜옹주’의 한 장면


손예진은 올해로 데뷔 16년 차인 베테랑 연기자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유달리 ‘처음’인 지점이 많았다. 실존인물을 처음 연기했고 첫 타이틀롤의 책임을 짊어졌다. 첫 시사회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운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영화를 찍으면서는 언제나 몰입하지만, 완성본을 볼 때는 아무래도 내 연기의 실수나 후회되는 지점을 위주로 냉정하게 살피게 돼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거리두기가 잘 안 됐어요. 아무래도 실존인물의 이야기고, 그 가련한 삶에 대한 감정과 애환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게 아닐까….”


직접 10억원을 투자하며 투자자로서의 첫발을 디딘 이유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이덕혜’라는 비극적 인물에 동화돼 연기하는 동안 이 슬픔을 더 생생하게 그리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투자를 결심한 것은 촬영 후반부 즈음이었어요. 영화를 찍다 보면 계획했던 장면이나 촬영 회차 같은 게 예산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축소되는 지점들이 생기잖아요. ‘조금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문득 들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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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보다 많이 고민하고 많이 아파한 영화지만 개봉을 앞둔 마음은 행복하다고 한다.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서도 ‘후회가 적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엄청난 스펙터클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신 뜨거운 눈물과 감동이 있어요.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인 만큼 오랜 여운을 느낄 수 있으리라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3일 개봉 예정.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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