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과학과 사랑에 빠진 에코 키즈들 "창의란 놀면서 배우는 것"

LS니꼬동제련 제4회 에코사이언스 캠프 개최

울산 온산초 어린이 30명에 과학실험ㆍ문화체험 기회 제공

“눈 앞에 비눗방울이 연기를 내며 번쩍 터지고, 끈에 매달지 않은 파란 공이 훌라후프 사이를 지나가며 공중에서 돌아다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죠?”








수은주가 절정을 향해 치솟아가던 지난 7월 28일. ‘에코 사이언스 캠프’에 참가하는 온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경주 보문로 교원 드림센터로 모여 들었다. 총 5개 조로 나눈 드림센터 강의실은 학생들이 2박 3일간 사용할 과학 교재와 배낭으로 가득 찼다. 특히 캠프 기간 동안 진행될 다양한 과학 실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린이들의 눈망울이 반짝거렸다. 과학에 관심이 높은 미래 꿈나무들은 LS니꼬동제련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2박 3일 과학캠프’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로 4년째 진행하는 ‘에코 사이언스 캠프’는 LS니꼬동제련이 울주군 온산초등학교와 자매 결연을 맺고 지역 소외계층 및 과학에 관심 있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선발해 과학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는 행사다.

LS니꼬동제련 온산 제련소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소재 사업 금속 리사이클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환경의 소중함도 일깨우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캠프는 매년 아이들이 안전하게 배우고 돌아갈 수 있도록 대학생 멘토를 선발해 학생 5명당 1명씩 함께 호흡한다. 캠프를 위해 마련된 교재에는 만화를 삽입해 어렵게 느껴지는 금속 기술인 동제련에 대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강렬한 추억을 심어준 과학 탐구 50시간




과학 ‘수업’이 아닌 ‘캠프’란 이름에 걸맞게 이번 프로그램은 대부분 ‘체험’ 위주로 구성됐다. 2박3일이란 다소 짧은 기간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실험 종류도 다양했다. 첫 번째 강의는 ‘표창원 박사의 CSI 과학 추리 프로그램’. 최근 의원 활동으로 바쁜 표창원 박사도 이 캠프만큼은 반드시 참가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표 박사는 학생들이 실제 범죄 현장에서 추리하는 듯한 상상력을 동원하기 위해 강의실 옆에 실제 범죄 현장을 모방한 가상의 부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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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와 관련한 깜짝 퀴즈를 내 학생들과 정답을 맞추고 있는 표창원 박사.추리와 관련한 깜짝 퀴즈를 내 학생들과 정답을 맞추고 있는 표창원 박사.




온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용의자의 진술을 담은 영상을 본 뒤 가상으로 마련된 범죄 현장에서 단서를 찾고 있다.온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용의자의 진술을 담은 영상을 본 뒤 가상으로 마련된 범죄 현장에서 단서를 찾고 있다.


피를 흘린 채 매트 위에 널브러져 있는 여성, 바닥에 누군가 침입한 듯 파헤쳐있는 보석함, 긴박한 상황이었음을 암시하는 얕게 서려 있는 발자국. 모든 것이 섬세하게 설치됐다. 학생들은 일렬로 줄을 선 채 마치 실제 탐정이 된 듯 CSI 조끼를 입고, 족적을 남기지 않는 발 보호대를 찼다. 발자국을 줄자로 재어보고, 지문을 인식하는 불빛으로 군데군데를 쏘아보기도 했다. 임기원 군은 “실제 현장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지문은 찾아도 안 나오고 발자국만 보고 나왔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명진(11) 군은 “제가 좋아하는 탐정이 추리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지금까지 한 수업 중 제일 재미있었다”고 들뜬 마음으로 말했다.

총 9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환경 과학 쇼’. 수동적인 환경 강의에서 벗어나 환경 교육과 사이언스 매직 쇼를 접목시킨 새로운 형태의 환경 과학 강의다.총 9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환경 과학 쇼’. 수동적인 환경 강의에서 벗어나 환경 교육과 사이언스 매직 쇼를 접목시킨 새로운 형태의 환경 과학 강의다.


추리력을 키우는 긴박한 체험 뒤엔 호기심을 자극하는 실험이 이어졌다. ‘사이언스 5종 경기’와 ‘환경 과학 쇼’는 과학 실험 5가지를 체험하며 창의력도 발휘하고 과학 원리도 알아내는 시간이었다. 풍선에 공기를 불어넣고 손을 떼 풍선을 날려보내며 ‘작용 반작용’ 원칙을 배웠다. 은박지로 배를 접어 물 위에 띄우고 그 위로 동전도 올렸다. 저녁에 있던 과학 마술 쇼는 평소 아이들이 학교 과학 실험실에선 볼 수 없는 신기한 체험들로 가득했다.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박사님의 기괴한 연구 상황을 몰래 염탐하는 듯했다. 보글보글 끓는 액체가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고 성냥을 넣은 생수통 입구를 종이컵으로 막으니 두꺼운 생수통이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강의를 진행한 유레카 대표 조근호 박사는 “실제 환경교육이라고 하면 약간 추상적인데 만지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아이들이 ‘과학은 실제 내 삶이구나’, ‘우리의 미래구나’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인후(11) 군은 “사이언스 6종 경기가 제일 재미있었다. 꿈이 과학자인데 무엇보다 과학에 대한 원리를 더 깊이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캠프에 많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주 서악서원을 방문해 일일 선비 체험을 하고 있는 온산초등학교 학생들. 국악(판소리)을 듣고 다도 체험을 하며 전통 예절에 대해 배우고 있다.경주 서악서원을 방문해 일일 선비 체험을 하고 있는 온산초등학교 학생들. 국악(판소리)을 듣고 다도 체험을 하며 전통 예절에 대해 배우고 있다.


학생들은 캠프지가 경주인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서원, 서악서원을 방문해 전통문화체험도 병행했다. 검은색 갓을 쓰고 푸른색 도포를 입은 채 둥근 판넬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몸을 차분히 가다듬고 마치 선비가 된 양 차를 마시며 예절 교육을 받기도 했다. 졸거나 이탈하는 학생 한 명 없이 모두 선생님 말씀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예지 양은 “한복을 입으니까 정말 옛날 사람이 된 것 같고 조선 시대에 온 것 같다. 모든 움직임이 불편했는데 이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았나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안전의식’ 빛 발했던 긴밀한 파트너십



무엇보다 이번 캠프는 ‘안전 의식’과 서로를 믿는 ‘신뢰’가 빛을 발했다. 처음 캠프를 시작하기 전 진행한 안전 교육 강의부터 운영진 전원이 안전 큐시트를 공유하고 사전 교육을 받으며 안전에 공을 들였다. 담당 간호사를 배치하거나 최근 3년 이내 출고 차량을 선정하는 등 매년 안전 수준을 끌어올렸다. 학생들을 선발했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윤태혁 대리는 “캠프를 주최할 때 학교 측에서는 일단 아이들이 워낙 반응이 좋았고 안전사고 없이 잘 진행되었단 점에서 선생님들이 많이 믿고 있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야외 활동에 굉장히 많은 부담이 있었지만 학교 측에서 많은 신뢰로 아이들을 믿고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LS니꼬동제련의 신동광 과장은 “이번 캠프로 지역과 사회와 기업이 서로 함께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또 LS니꼬동제련의 환경과 안전을 생각하는 철학이 잘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온산 초등학교 박성준 교사는 “프로그램도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제일 중요한 부분인 학생들이 이를 즐긴다는 게 제일 좋다”며 “앞으로도 회사가 지원을 계속해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꾸준히 인재도 양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주=글·사진·영상 김나영·정수현기자 iluvny23@sedaily.com

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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