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들이 닷새째 대학 본관 점거 농성에 나섰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동문까지 참여한 이례적인 시위에 ‘이화여대’가 최근 며칠간 이슈의 중심에 섰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들은 폭염 속에서 이 같은 시위를 강행하는 것일까.
◇ 미래라이프대학, 도대체 그게 뭐길래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에 나선 것은 학교 측의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다. 고졸이나 직장인 또는 30세 이상 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은 이대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평생교육대학원’과는 달리 단과대학을 신설해 4년제 학위를 동등하게 부여하는 제도다.
학교 측의 입장은 이러하다. 이번 사업이 통과되면,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입에 도움이 되고 여성 평생학습자의 고등교육 수요 증가가 가능해진다는 것. 학교 측은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따른 ‘여성 특화형 운영 모델의 도입’이라고 주장한다. 여성 특화형 운영 모델은 뷰티·웰니스 산업 등을 일컫는 것이다.
문제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를 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추가 선정결과’를 발표, 이화여대가 선정됐음에도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어떠한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빠르면 오는 9월 모집을 시작하게 되는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학생들은 ‘본관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심의 과정에 있는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 사업’을 막기 위해 지난 7월 28일 오후 1시 30분경 본관을 점거했으며 이날 오후 2시께 열리기로 했던 ‘대학평의원회’를 위해 평의원들이 본관에 들어섰다. 앞서 학생들은 평의원에게 ‘교내에서, 총학에게 사전 고지 후 평의회를 개최하라’고 요청했으나 이는 거부됐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측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평의원회의를 막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 점거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학생들이 미리 들어와 있던 교수들은 ‘감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 자리에 있던 평의원이 “어디 3박 4일간 한번 해 봅시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학교 측이 폭염에 에어컨 가동까지 멈춰 바닥에 쪼그려 앉아 시위를 진행하던 학생들과는 달리 교수들에게는 물, 식사,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모두 제공했으며 스마트폰과 충전기도 있어 충분히 외부와 접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112, 119 등에 구조 요청을 한 일부 평의원들은 회의장을 빠져나간 사실이 드러났다.
◇ 총장을 기다리던 200명의 이화인, 1,600명의 경찰을 맞닥뜨리다
본관 점거 농성을 3일째 이어가던 지난 30일, 학생 측은 총장으로부터 “12시경 학교로 방문하겠다. 나와 대화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총장을 애타게 기다리던 200여명의 이화여대 학생들이 맞닥뜨린 것은 총장이 아닌 1,600여명의 경찰 병력이었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다쳐 인근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경찰 병력은 우리가 부른 게 아니다. 학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 사건을 관할했던 서대문경찰서 측은 “11시 15분경에 총장이 경찰 병력 투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학교는 뒤늦게 “경찰 투입을 요청한 것은 맞지만, 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총장이 총학생회에 “12시에 찾아가겠다”고 문자를 발송한 시간은 11시, 경찰 병력을 요청한 시간은 11시 15분이다. ‘소통’을 요구했던 학생들을 기만한 처사라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이화여대 미래라이프 사업 신설’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30일 농성 현장에서 한 교수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다”고 말한 유투브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영상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학생이 주인이라고? 4년 있다가 졸업하는데?”라고 발언하며 웃었다. 학생들은 31일 대자보를 통해 “이 교수의 발언을 듣고 학교 교무처장을 찾아갔으나 교무처장도 역시 ‘학교의 주인은 학교의 역사’라고 대답했다”는 황당한 소식을 알렸다. 이에 학생들은 “130년의 학교의 역사를 세운 것은 바로 학생”이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여대 본관 점거 농성이 벌써 닷새째를 맞고 있다. 앞서 오늘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학교 측 대표인 서혁 교무처장과, 학생 측 대표가 각자의 의견을 밝혔다. 서혁 교무처장은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반대를 계속하더라도 재고할 여지가 없겠냐”는 앵커에 질문에 “여성 교육은 이화여대 교육건학이념에도 절대 훼손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생들을) 잘 설득하고 이해를 시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 2년만 지나면 또 몇 년만 지나면 모두가 다 그때 참 좋은 잘 결정을 했다고 할 것으로 확신을 하고 있다”며 재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일단락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