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저유가 유탄 맞는 남아시아 빈국들

중동 산유국 亞 노동자 대거 감원

스리랑카·방글라데시·네팔 등

해외송금액 급감 경기침체 심화

원유 생산과 큰 관련이 없다고 여겨지는 남아시아 빈국들이 오히려 저유가로 경제침체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유가에 시달리는 중동 산유국들이 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을 대거 감원하면서 남아시아 국가 경제의 기둥 역할을 했던 해외 송금액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7월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중동 산유국에서 남아시아 국가로 유입되는 송금액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9.4%를 차지한 스리랑카의 송금액은 올 5월 기준 12개월 동안 전년 대비 4.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WSJ는 남아시아 국가 송금액이 지난 2010년부터 6년간 두 배가량 증가해 국가 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이 추세가 계속되면 네팔·방글라데시 등 관련국의 경기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몇몇 국가에서는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환율이 불안정해지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GDP 대비 7.4%로 늘고 외환보유액은 전년의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자 연초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달러(약 1조6,600억원)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GDP의 29.4%를 송금액에 의존하는 네팔은 시급한 지진복구 예산까지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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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2014년 10월까지 배럴당 90달러선에 머물던 유가가 30~40달러선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산유국들이 ‘오일머니’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투자하면서 아시아 출신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왔지만 저유가로 더 이상 이 같은 구조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중동 국가들이 외국인 노동자 취업조건을 강화하고 대규모 노동자 해고가 잇따르면서 남아시아로 유입되는 해외 송금액도 줄고 있다. 사우디의 대형 건설사인 빈라덴그룹은 5월 남아시아 국가 노동자 출신을 중심으로 5만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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