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차량공유서비스 원조 우버, '짝퉁' 디디추싱 품에 안긴다

양사, 극심한 출혈경쟁 속

큰 손실입은 우버차이나 '백기'

주식교환 형태 합치기로 합의

"中 차량예약 서비스 합법화도

합병 염두에 둔 조치" 해석도

우버 "구글맵 의존도 낮추자"

자체 지도제작에 나서기로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 중국법인이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과 합병한다. 공유경제의 원조 격으로 글로벌 차량호출 서비스 시장을 휩쓸며 68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지닌 우버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만큼은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디디추싱이 우버의 중국법인인 우버차이나를 합병하기로 우버 측과 합의했으며 조만간 합병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기업의 결합은 형식상 합병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디디추싱이 우버차이나를 인수하는 것이다. 디디추싱은 합병 이후에도 우버차이나를 별도 브랜드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번 합병은 상호 주식교환 형태로 이뤄지며 우버는 합병 이후 디디추싱의 최대주주가 된다. 합병회사의 가치는 350억달러(약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두 등 우버차이나 투자가들은 합병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하며 디디추싱은 우버에 1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 내 차량예약 서비스 점유율은 디디추싱이 85.3%로 압도적 1위이며 우버(7.8%), 이다오융처(3.3%)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두 회사 간 합병은 중국 내 출혈경쟁을 중단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두 회사는 지난 수년간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택시기사와 고객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치킨게임’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우버는 ‘짝퉁’ 격인 디디추싱에 밀려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막대한 손실만 냈고 투자가들로부터 “중국 사업에서 철수하라”는 압박까지 받아 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우버가 중국 진출 이후 20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반면 디디추싱은 알리바바·텐센트 등 자국 내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실탄 삼아 시장 점유율을 지켜왔다. 최근에는 애플로부터 10억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WSJ는 “두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는 출혈경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블로그에 합병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기업가의 한 사람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슴뿐 아니라 머리가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버와 디디추싱은 중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이익을 내지 못했다.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속가능성 서비스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합병계획이 공교롭게도 중국 당국의 차량예약 서비스 합법화 방침 직후 흘러나온 점도 주목된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달 28일 차량예약 서비스가 준수해야 할 운전자 자격과 차량 규격, 이용자 정보처리 방침 등을 확정해 사실상 법망 밖에서 이뤄지던 차량예약 서비스를 공적 규제 안으로 끌어들였다. 기업 간 합병이 협상 개시부터 최종 합의까지 최소 수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당국의 합법화 발표는 두 회사 간 합병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한편 우버는 구글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지도제작 프로젝트에 5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월31일 보도했다. 우버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지도용 이미지 수집 차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 다른 국가에서도 이미지 수집에 나설 계획이다. 우버는 출범 초기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고 구글맵을 사용했으나 현재 양사는 무인자동차 등 미래사업 영역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우버는 지난해 세계 최고 지도제작 전문가이자 구글맵과 구글어스 제작자인 브라이언 매클렌던을 영입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변재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