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2억달러(약 166조4,000억원).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이 현재까지 집계한 올해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다. 본격적으로 해외 M&A에 나섰던 지난해 전체 규모(1,061억8,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단순 추세로만 본다면 중국의 해외 기업 사냥액은 한국 정부의 한해 살림살이 규모인 386조4,000억원과 맞먹을 태세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종자·비료업체 신젠타, 미국 2위 스마트TV 업체 비지오도 중국 기업으로 간판을 바꿨다. 모바일게임의 대명사 ‘클래시오브클랜’을 만든 핀란드 슈퍼셀도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텐센트의 자회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13억명의 거대 내수시장에서 쌓은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며 경제영토를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M&A를 넘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 아래 성장한 혁신기업들은 단기간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꿰차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창업단지인 선전시 화창웨이에 기반을 둔 드론업체 DJI의 경우 내수를 바탕으로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싹쓸이하며 글로벌 넘버원에 오른 대표적인 예다. 이 과정에서 한해 40만명에 달하는 유학파 인재들이 대거 창업에 뛰어들면서 중국 산업 혁신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들 유학파를 중심으로 중국 내에서 지난해 이후 새로 태어난 기업이 547만개에 달할 정도다. 창업센터에서 만난 게임업체 QQ건의 궈차오쥔 대표는 “최근 금융위기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오지만 선전 같은 신성장동력이 버티고 있는 한 중국 경제는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막강한 자본과 사람을 바탕으로 첨단산업이 고속질주하는 반면 기존 전통산업들은 두자릿수의 고속성장이 멈추고 중속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잉생산·과잉투자로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원자재 부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제로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철강을 비롯해 석탄·시멘트·알루미늄의 설비 가동률은 60~70%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자칫 이들 한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는 물론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시장의 도미노 붕괴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자본과 시장·인력을 무기로 글로벌 경제지형도를 흔들고 있지만 안으로는 고속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며 “한 단계 도약이냐 정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