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검찰, '공수처' 신설 반대 명분 있나

윤종열 사회부장(부국장)

현직 검사장 뇌물혐의로 구속기소

검찰 개혁·자정결의 한계 드러나

부정·비리 막을 외부감시망 절실





검찰이 또다시 국민들을 실망하게 했다.


범죄로부터 국민안전을 도모해야 할 현직 검사장이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뇌물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탈세행위로 영어의 몸이 됐다.

진경준 검사장의 비위 행위는 몰염치 그 자체다.

진 검사장은 서울대 동창인 ‘게임의 황제’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4억2,500만원을 무상으로 받고 넥슨 주식 1만주를 사고팔아 지난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진 검사장의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급 승용차를 공짜로 타고 다니고 5,000만원의 가족여행경비도 지원받고 여기에 처남 명의 회사의 청소용역 일감을 한진그룹에 요구해 매출 134억원을 올리게 하는 등 다양한 비위 행위가 드러났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어떠한가.

그는 15억원이 넘는 세금을 탈루해 현재 수감 중이다. 홍 변호사는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로 평가받았다. 그런 그가 법복을 벗고 몇 년 만에 수백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몰래 변론 등 전관예우에 대한 의혹을 샀다. 이들은 자신들이 잡아넣은 범죄자들과 같은 신세로 전락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어떠한가.


그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물론 법무부·검찰을 총괄 지휘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현재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으로부터 비리 의혹에 대해 감찰을 받고 있으며, 또다시 검찰에서 고소·고발된 사건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는 처가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진 검사장이 넥슨에 다리를 놓아줬느냐는 의혹과 아내의 농지 편법매입 의혹, 아들의 의무경찰 복무 특혜논란, 가족 회사를 통한 탈세 의혹 등 ‘백화점식 의혹’들을 낱낱이 소명해야 한다. 게다가 민정수석으로서 진 검사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 재산증식을 제대로 조사했는지도 소명해야 한다.

관련기사



이들 모두는 검찰 내에서도 소위 잘나가는 엘리트 검사로 통했다. 우 수석은 20살에 최연소 사법시험에 합격한 엘리트 검사로, 중견 기업의 사위로 1%의 삶을 살았다. 진 검사장도 고시생들도 합격하기 힘들다는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등 양 과를 대학 재학 중에 합격한 수재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검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검찰 권력 맛도 일찍 맛보게 된 것이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수사하면서 피의자들의 거짓 진술이 엄청난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 대금을 놓고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주식 매입대금 4억2,500만원이 자신의 돈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처가에서 빌린 돈’으로 말을 바꿨다. 또다시 검찰 조사 후 김정주 대표로부터 받은 돈이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거짓이 탄로 나면서 국민들은 짜증을 넘어 분노했다.

우 수석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 수석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변명이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우 수석은 처가와 넥슨코리아의 부동산 거래 자체를 몰랐다고 했으나 정작 계약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 수석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양파처럼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그가 말한 해명이 모두 일치하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조직 내 비위 사실이 터질 때마다 뼈를 깎는 검찰 개혁과 자정결의를 단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검찰 스스로 자정 노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이 모든 것은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검찰이 자체개혁추진단을 발족 운영한다고 한다. 성공적인 개혁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추진할 태세다. 여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공수처 신설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예전에 공수처 신설이 제기될 때마다 법무부, 검찰, 일부 정치권이 반대해 국회 문턱도 넘어보지 못하고 번번이 무산된 때와는 사뭇 다르다. 검찰이 이번에 공수처 신설을 반대할 명분이 있는지 자기반성부터 해봐야 한다.

윤종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