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현비의 재미의 시대] 콘텐츠 시대의 경제 지렛대 ‘재미’

이현비(이창후)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어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씀하셨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똥 퍼 이름이다!!” 왜지? 당연히 아이들이 궁금해 했다. 그러자 선생님의 명쾌한 설명 한 마디…


“내 오늘도 뒷간 푸리오???”

이건 철지난 유머이지만 그래도 많은 독자들이 이런 유머를 좋아한다. 왜일까?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유머처럼 재미있는 콘텐츠가 오늘날에는 전 세계의 경제를 좌우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 시장 규모는 급격히 성장했다. 국내 산업 매출 규모만 보더라도 애니메이션 산업의 매출액은 2005년에 2,338억 원이었으나 2010년에는 약 5,144억원 규모로 커졌고, 영화 산업의 매출액은 2005년 3조 294억 원이었는데 2010년에는 3조 5,779억 원으로, 2013년에는 4조 983억 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만든 엔씨소프트의 2002년 매출은 1,548억 원이었으나 2013년 매출은 5,304억 원이었다. 정부와 산업계에서의 투자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라는 이름에 가려 ‘재미’라는 핵심을 놓치고 있다. ‘재미있는’ 콘텐츠만이 돈을 번다. 2012년에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간주되는 영화인 <가비> <마이웨이> <7광구> <퀵> <고지전> <라스트 갓 파더> <황해> 7편이 흥행에 실패하여 한국영화계가 ‘멘붕’에 빠진 적도 있었다. 각 영화 제작비가 최소 100억원 내외였고 <마이웨이>는 300억원이나 투자되었지만 모두 허공에서 사라졌다. 콘텐츠 시대의 경제에서 핵심은 재미이지 콘텐츠가 아니다. 콘텐츠는 재미를 경제적 가치로 실현하는 매체일 뿐이다. 재미가 빠진 콘텐츠는 경제적 풍요가 아니라 재앙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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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서 재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세계적으로는 유머에 대한 권위있는 학술지도 있다. 1997년부터 지속적으로 유머와 재미 연구를 해 왔는데 여전히 국내에서 재미에 대한 이해는 막연하다. 콘텐츠 전문가에게 한번 물어 보자. 앞에서 예시한 유머는 왜 재미있느냐고? 나는 아직 그것을 정확히 설명하는 콘텐츠 전문가를 본 적이 없다.

핵심을 놓치면서 콘텐츠 산업 투자는 도처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대학 콘텐츠 학과 커리큘럼이 문학, 음악, 미술 과목을 짜깁기한 것일 뿐이라는 점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영화학과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학과 교수가 만든 영화 <워리어스 웨이>도 흥행에 참패했다. 그리고 흥행 실패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막연하다고 해서 모두 잘못되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세계를 휩쓰는 한류를 보면 우리 콘텐츠 산업의 발전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패사례에서도 보듯이 성공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콘텐츠와 경제를 연결하는 핵심인 ‘재미’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재미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콘텐츠 시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지렛대 중의 하나이다.

이현비(이창후)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이현비는 필명이며, 본명은 이창후입니다.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이자 작가로 <원리를 알면 공자도 웃길 수 있다>, <재미의 경계>, <재미>를 썼다. 서울대 철학과 학·석·박사로 영화와 콘텐츠학을 연구하며 20여년 간 재미에 대한 연구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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