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박쥐가 되지 마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 29 > 중립과 동맹의 선택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서

중립,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행동

비즈니스도 독식하려다간 실패

신중히 동맹 맺고 신의 지켜야



날짐승들과 땅짐승들이 결국 전쟁에 돌입하고 만다. 서로 자기가 잘 났다고 우기더니 일을 벌이고 만 것이다. 날짐승들이 박쥐를 찾아온다. “너 날 줄 알지? 우리 편하자.” 박쥐는 거절한다. “아니 난 사실 땅짐승이거든. 이름에 쥐가 들어가 있는 거 보면 모르니.” 조금 있다가 땅짐승들이 찾아온다. “우리 같은 편하자. 사촌 쥐들이 널 추천했어.” 이번에도 박쥐는 거절한다. “나 사실 날개가 있어. 봐! 여기 큰 날개 보이지.” 전쟁이 끝난 후 날짐승과 들짐승들은 한 가지 점에 합의한다. “우리 저 박쥐부터 손 좀 보자. 이쪽에 붙었다 저쪽에 붙었다는 하는 나쁜 놈이야.” 연합군은 박쥐를 혼쭐낸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옳을까. 동맹을 맺는 것이 옳을까. 당연히 동맹을 맺어야 한다. 이것이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내리는 처방이다. 증명은 이렇다. 만약에 이긴 편과 동맹을 맺게 되면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달콤한 전리품을 나눠 갖는다. 만약 진 편과 동맹을 맺게 되면 전쟁이 끝나고 난 뒤 패배자에게 은혜를 베푼 기록을 갖게 된다. 만약에 중립을 지키면 어떻게 될까. 이긴 쪽은 나에게 악감정을 가진다. “이기기는 했지만 당신이 도와주지 않는 바람에 까딱하면 질 뻔했으니 이참에 혼 좀 나라”라고 생각한다. 진 쪽은 “당신이 도와줬으면 이겼을 텐데, 당신 때문에 졌다. 이거 언젠가 갚아 주겠다”며 이를 간다. 이래저래 동맹이 중립보다 낫다.


우리는 박쥐 신세가 되지 말아야 한다. 동맹을 맺을 때는 확실하게 맺어야 한다. 동맹은 편먹고 싸우는 것이다. 물론 편먹는다고 해서 다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지 않다고 손자병법에 쓰여 있지 않은가. 북한은 중국과 동맹관계에 있다. 러시아와는 그런저런 상태다. 북한은 미국과 철천지원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북한이 늘 그렇게 설정을 한다. 과거 쓰라린 경험 때문이든, 내부 결속을 위해서든, 협상에서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든, 무슨 이유든지 간에 북한은 늘 그렇게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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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 미국과 삐걱거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70년 넘게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 일본과는 늘 삐거덕한다. 게다가 동맹을 맺은 적도 한 번 없다. 중국과는 교역순위 1위국이다. 북한으로서는 바로 이 점이 불만이다. 한국이 중국과 나란히 손잡고 경제적으로 윈윈하는 것, 이게 싫은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늘 한반도 긴장 수위를 올린다. 연평도 포격, 서해대전 등으로 끊임없이 긴장수위를 올리면 미국과 중국이 불편해진다. 미국과 중국이 불편해지면 양쪽과 다 좋은 사이를 유지하려는 한국은 불안해진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외교의 지상 절대 과제다. 부전승을 두 자로 줄이면 바로 외교가 된다. 부전승이 역시 최고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전쟁상태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적인 것 같다. 이와 같이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연상태에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진다’고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계약을 맺는다. 질서가 무너진 무정부 상태에서는 모두가 패자가 되기 때문이다. 홉스의 자연법 제 1법칙은 “평화를 추구하라. 그것이 불가능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혼자 다 해치우고 독식하려는 것보다 더 바보는 없다. 동맹을 잘 맺어라. 누구와 동맹을 맺을 것인지를 신중하게 잘 선택하라. 그리고 신의를 지켜라. 동맹은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어려울 때 도와주겠다는 쌍방 협력이다. 그것이 정글이 법칙이 지배하는 곳에서 지켜야 할 생존철학이다. 박쥐는 양쪽에 다 ‘노(NO)’하고는 망했다. 중립은 고립이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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