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2014년 해고요건 완화 등을 담은 ‘노동개혁 법안’ 통과 이후 고용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2014년 4·4분기에 55.8% 수준이던 고용률이 올 1·4분기에는 56.8%로 1%포인트나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기업들의 정규직 신규 채용은 전년 대비 47%나 증가한 반면 기간제 계약직 채용은 0.4% 줄었다.
스페인은 더 놀랍다. 올 1·4분기 고용률이 59.1%로 직전분기(56.7%)에 비해 2.4%포인트 상승했다. 일자리는 지난해 10년 만에 최대치로 증가했다. 스페인 고용시장의 변신은 노동개혁 덕분이다. 스페인 노동시장은 기업 경영진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도 임금과 근로시간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해졌다. 이탈리아·스페인 못지않게 노동개혁에 집중한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국의 고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긴급명령권까지 발동한 프랑스의 경우 1·4분기 고용률이 전 분기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일자리 사정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올 1·4분기 한국의 고용률은 65.9%로 전 분기와 같았다. OECD 평균보다 낮은데도 고용시장은 제자리걸음이다. 일자리 정책만 놓고 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지진아’인 셈이다. 기득권 노조에 휘둘리며 표류하고 있는 우리 노동개혁의 현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차일피일 미룬다면 실업의 그늘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 문제는 테러보다 더 큰 위협”이라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말을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