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터넷銀 시대에 예대마진에만 집착하는 시중은행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또 내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1일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를 연 1.7%에서 1%로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폭(0.25%포인트)의 3배 가까이 이자를 깎은 셈이다. 연 1.8%였던 적금상품 금리도 6월 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두 번 연속 낮춰 1.4%로 떨어졌다. 국민·우리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이후 많게는 세 차례나 예적금 금리를 인하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대출 금리 움직임을 보면 수긍하기 힘들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6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평균 주택담보 대출금리 하락폭은 기준금리 인하폭에 크게 못 미쳤다.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금리의 경우 0.04~0.17%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는 찔끔 내린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이런 영업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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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내리면 예적금 금리는 득달같이 따라 인하하면서도 대출금리는 더디게 떨어뜨리거나 가산금리를 활용해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예대마진에 더 집착하는 모습이다. 이자수익 위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도 유가증권이나 외환거래 같은 사업 다각화보다 각종 수수료 인상이 고작이다.

은행들은 6월 이후 타행송금 수수료 등을 최대 1,000원 올렸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시대에 이 같은 수수료 장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리 잡은 미국·중국에서는 기존 은행과 인터넷은행 간에 이미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었다. 중국 12개 민영은행들은 지난주 인터넷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계좌이체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인터넷은행이 확산되면서 ‘수수료 0원’ 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입에 기대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설 자리를 찾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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