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K컬처 미래 '전통+현대감각' 시너지에 달려

오지원 국립무용단 프로듀서





요즘 국립무용단은 한국 무용을 알리는 국내외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표가 매진되는 것은 기본이고 해외에서도 공연을 유치하려는 기분 좋은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무용단의 대표작 ‘묵향(윤성주 안무, 정구호 연출)’은 지난 6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축제인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에 한국 공연 최초로 초청을 받아 세련되고 우아한 전통의 미(美)를 해외에 알렸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당시 공연에 동행한 필자는 인력(人力)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 공연무대가 야외였고 그날 비 올 확률이 100%였다는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고 예보대로 장대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우비를 입고 객석을 가득 채운 3,000여명의 관객이 자리를 지킨 채 우산 한번 꺼내지 않고 공연을 관람하는 게 아닌가. 그동안 공연을 올리며 수많은 상황을 경험해온 내게도 정말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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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푸르비에르의 야외극장은 관객들의 관심이 더해져 더 장엄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2,000년 역사의 극장에 울려 퍼지는 한국 춤과 음악은 프랑스 관객에게 낯설지만 아름다운 궁극의 미를 전달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했고 연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공연 직후 프랑스 측 담당자는 “야외공연 때 비가 오면 환불사태에 대비해 보험회사 직원이 나와 있다”며 “많은 비가 내렸지만 환불을 요구하는 관객은 없었고 보험회사 직원까지 공연에 매료돼 끝까지 관람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성공을 축하한다.”

필자가 이번 경험을 비롯한 해외공연에서 느낀 것은 우리 전통문화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졌을 때 만들어지는 시너지가 가히 폭발적이라는 점이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K팝을 넘어 K컬처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가 우리를 향해 더 많은 것을 보여달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만의 독특한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문화계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오지원 국립무용단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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