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막말'에 적전 분열...파국 치닫는 공화당

무슬림계 전사자 가족 비하에

라이언·매케인 등 당 지도부

"공화 시각 대변 안해" 연일 맹공

트럼프도 "강력한 지도자 필요" 맞서

현역 하원의원 "힐러리에 투표할것"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져 최악 내분



미국 공화당이 대통령선거 본선이 시작되자마자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 때문에 적전 대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가운데 현역의원이 차라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당내에서 반(反)트럼프 바람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를 공식적인 대선후보로 선출한 전당대회 이후 긴장 상태로 유지돼온 공화당 지도부와 트럼프 간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열의 발단은 트럼프가 무슬림계 미국인 참전용사 가족을 두고 종교적 비하 발언을 한 것이었다. 최근 그는 지난 2004년 이라크 복무 당시 숨진 후마윤 칸 대위의 부모인 미국 변호사 키르즈 칸 부부가 민주당 전당대회 지지 연사로 나섰을 때 부인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을 두고 “(여성이어서)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무슬림계 국민들은 미국 군대에서 용감하게 복무해왔다. 칸 대위와 가족들의 희생은 존중돼야 한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트럼프는 최근 며칠 동안 미군 전사자 부모들을 헐뜯는 발언을 했다”며 “그의 이 같은 의견은 공화당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자리를 꿰찬 트럼프도 자신을 향한 당 지도부의 비판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2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언 하원의장을 좋아하지만 현재 미국의 긴급상황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더 강력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며 “공화당 위스콘신주 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라이언 의장에게 도전한 폴 넬런이 선거운동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의 발언을 두고 “사실상 라이언 의장에 대한 지지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공화당이 전당대회 이후 최악의 분열상태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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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현역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신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히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뉴욕 22선거구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3선 하원의원인 리처드 하나는 이날 뉴욕 지역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올해 대통령선거 때 트럼프가 아닌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문제적 발언을 비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트럼프는 공화당을 위해서도, 미국을 이끌기에도 심각하게 부족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 헌신한 가족을 공격했다”며 “그는 한심할 정도로 미국 대통령 자리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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