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수천억원의 재산을 모았다는 L씨.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유사투자자문사인 M사를 운영하고 있다. L씨는 M사 유료회원들에게 유망 장외주식을 추천해왔고 경제전문TV뿐 아니라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청담동 주식부자’ ‘청담동 백만장자’로 불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소위 ‘흙수저’ 출신이지만 현재 서울 청담동의 수십억짜리 주택과 슈퍼카를 몇 대나 소유한 재력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L씨 형제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사례가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본격 조사에 착수, 청담동 백만장자의 ‘수상한’ 주식투자의 베일이 벗겨질지 주목된다.
3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진정이 잇따라 접수되면서 지난달 중순부터 L씨와 그의 동생에 대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행위가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피해 제보를 토대로 L씨와 동생에 대한 부정거래·무인가 자문·유사수신 행위 관련 조사를 3개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L씨는 장외주식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은 L씨가 TV에 출연해 장외주식을 사실과 다르게 홍보하고 M사 회원에게 비싸게 파는 등 사기성 부정거래를 했는지 여부에 조사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장외주식 부정거래를 조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금감원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검토한 내용이나 자체적으로 이상 징후를 감지한 장내 종목을 위주로 조사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접수된 제보가 사실로 판명되면 L씨에게는 일종의 사기행위인 부정거래 혐의가 적용된다. 금융당국과 피해자 제보에 따르면 L씨는 주당 12만원에 H사 장외주식을 인수한 후 M사 회원들이 주당 25만원에 매입하도록 ‘목표가 50만원’을 제시하는 등 허위 투자정보를 제공했다. 또 N사 주식의 경우 검찰 조사가 예정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음에도 회원들에게는 시세보다 비싼 17만원에 매도했다. 이후 검찰 조사가 본격화하자 N사 주가는 7만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M사 평생회원 가입비로 1,500만원을 낸 회원들은 처음에는 “고급 정보로 대박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떴지만 결과는 대박이 아닌 쪽박으로 판명되면서 이번 사건이 불거졌다.
L씨는 M사를 통해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당시 출연하던 경제전문 채널의 장외주식 추천 코너에서 허위시세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L씨의 동생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L씨는 회원들이 M사에 주식대금을 입금할 때 동생이 운영하는 또 다른 투자자문사 계좌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L씨가 주혐의자로 보이지만 동생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L씨의 동생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는 금감원에 신고되지 않은 업체로 확인됐다. 이 회사가 무인가 투자자문사로 밝혀지면서 부정거래뿐 아니라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혐의도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금융당국뿐 아니라 서울남부지검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피해자 모임을 발족한 뒤 L씨와 그의 동생에 대한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L씨가 운영하는 M사의 유료 회원이 1,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확한 피해금액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당국은 상당한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L씨뿐 아니라 장외주식시장 전반의 피해 사례에도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과 함께 L씨와 관련한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장외주식 대부분은 정식 시장(K-OTC)이 아닌 사설 웹사이트 등을 통해 거래되는 일이 많아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장외주식 거래에 관한 피해 사례를 취합해 금감원·경찰청 등에 신고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