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에 대해 증권사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일부 대형증권사 위주로 수혜를 입을 뿐 증권업계 전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3일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정책안이 장기적으로 10조원 이상의 증권사를 육성하기 위한 타협안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조원 이상 사업자에 제공되는 발행어음을 통한 기업금융 업무, 기업 상대 일반 외국환 업무만으로는 증자를 위해 주주를 설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육성방안 논의 당시 제안됐던 △순자본비율체계(NCR) 규제와 국제 결제은행(BIS) 규제 사이의 선택권 부여 △안정적인 조달원 확대를 위한 예금자 보호상품 허용 △ 법인지급결제 허용 등의 내용은 빠진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서 금융위는 초대형 IB 육성방안에서 자기자본 4조~8조원인 증권사에 발행어음 조달과 외국환 업무 등을 허용하고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와 신탁업무를 허용했다.
교보증권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발행어음 조달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대부분 증권사가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하고 있고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사는 2% 초반대의 채권 발행이 가능해 어음 발행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박 연구권은 “종합투자계좌가 은행 수신 업무 일부를 증권사가 영위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8조원의 자기자본을 채우기 위해 증자와 인수합병(M&A)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을 감수할 만큼 인센티브가 충분한지 의문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증권사의 자본 확충을 유도하려는 현실성이 반영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3조~4조원 미만에 적용하는 건전성 규제인) NCR-II와 신용공여한도 증액, 비상장주식 매매, 발행어음 허용 등 업계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돼 대형 IB업무에 긍정적”이라며 “특히 레버리지 규제 완화와 발행어음 허용 등은 대형 IB 가용자산을 확대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라이선스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방안에 따른 수혜주로는 IB 부문 경쟁력과 실적이 탁월하지만 레버리지 규제가 고민이었던 NH투자증권(005940)과 유상증자를 결정해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 사업자 지위를 획득한 신한금융투자(비상장)의 모회사 신한금융지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