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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피코노미] 꼼수 마케팅에 골머리 앓는 IOC

천문학적인 스폰서십 비용에 앰부시 마케팅 기승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브라질 리우 코파 카바나에 설치된 삼성전자 갤럭시S7/기어VR 체험존. 이와 같은 전면적인 올림픽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에만 허락된다. /리우=이호재기자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브라질 리우 코파 카바나에 설치된 삼성전자 갤럭시S7/기어VR 체험존. 이와 같은 전면적인 올림픽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에만 허락된다. /리우=이호재기자


올림픽의 역사만큼이나 올림픽 마케팅도 긴 역사를 자랑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마케팅 기법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법망을 피하는 무임승차 방식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바로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이다.

앰부시 마케팅은 공식적인 후원업체가 아니면서도 광고 문구 등을 통해 올림픽과 관련이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주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보통 게릴라 작전처럼 기습적으로 이뤄지며 교묘히 법적 규제를 피한다. 때에 따라서는 앰부시 마케팅을 구사한 업체가 공식 후원사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앰부시 마케팅의 시초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선보인 나이키의 옥외 광고로 꼽힌다. 당시 나이키는 ‘I Love L.A.’라는 주제로 개최지 LA를 언급하는 광고를 했다. 아울러 스타디움 부근에 육상선수를 모델로 하는 거대한 벽화를 만들고 다양한 미디어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미국 국민의 42%가 나이키를 공식 스폰서로 인식했으며, 공식 후원사였던 컨버스(Converse)를 인지한 사람은 겨우 15%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IOC는 올림픽 개최도시 내에서 비후원사 옥외광고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공식 후원사 KTF보다 앰부시 마케팅을 펼친 SK텔레콤이 톡톡한 홍보 효과를 봤다. ‘코리아 팀 화이팅(Korea Team Fighting)’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공식 후원사 KTF보다 ‘붉은 악마’ 캠페인을 펼친 SK텔레콤의 ‘비 더 레즈(Be the Reds)‘가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SK텔레콤은 KTF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강력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앰부시 마케팅이 등장한 이유는 올림픽 마케팅이 매우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문화적 장벽, 국경, 인종 그리고 사회·경제적 차이를 초월하는 마케팅 수단이다. 실제로 비자카드는 올림픽 공식 후원을 시작한 이래 매출이 18% 늘고, 아시아 지역 내 카드 브랜드 순위를 3위에서 1위로 끌어 올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삼성전자 역시 중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을 11.4%에서 불과 1년 만에 21.2%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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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IOC의 공식 파트너가 되어 전 세계에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는 TOP(The Olympic Partner) 프로그램의 경우, 단 10여 개의 글로벌 기업에만 자리가 허락된다. 후원금 역시 천문학적이다. 그보단 규모가 작지만, 개별 대회 후원자격(Domestic Sponsorship) 역시 후원 액수가 결코 만만치 않다. 영세한 기업에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고 설사 그만큼의 자금력이 있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합류가 반드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기업이 앰부시 마케팅에 매달리는 이유다.

IOC는 이러한 앰부시 마케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앰부시 마케팅을 통해 거의 공짜에 가까운 비용으로 비슷한 광고 효과를 보게 된다면 공식 후원사들은 스폰서십을 위해 수천만 달러 이상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IOC의 브랜드 보호 매뉴얼(Technical Manual on Brand Protection)은 앰부시 마케팅은 올림픽 마케팅 프로그램에 해를 입힌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림픽 이미지를 손상시키며 궁극적으로 올림픽 공식 마케팅 파트너들의 합법적 권리를 평가절하, 마케팅 프로그램의 운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IOC는 앰부시 마케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다수의 기업이 벌써 리우를 타깃으로 교묘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이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지윤 인턴기자 JYP_46@sedaily.com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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