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계 라이벌인 효성그룹과 코오롱이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수입차 판매분야에서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도요타와 렉서스, 메르세데스 벤츠 등을 판매하는 효성은 수입차 시장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도 질주하고 있는 반면 코오롱은 주력 브랜드였던 BMW의 판매 감소세와 아우디의 판매중지 사태로 고전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이 딜러권을 가진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최근 판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상반기 기준으로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년과 비교해 7%가량 판매가 늘었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여파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하이브리드의 대명사인 도요타는 같은 기간 13.4%, 렉서스는 23% 판매가 증가했다. 효성도요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전년 대비 8배 이상 급증했는데, 이같은 판매 추이를 감안하면 올해 이익규모는 대폭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효성이 인수한 FMK가 수입하는 브랜드도 인기다. 마세라티는 올 6월까지 569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439대와 비교해 29% 증가했다. 페라리도 상반기에만 70대 이상 팔렸다. 마세라티가 대당 1억원 이상, 페라리는 3억원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성적이라는 게 수입차 업계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효성은 재규어랜드로버의 일부 영업권도 인수한다. 효성은 최근 재규어랜드로버의 부산과 울산, 포항, 순천 지역 딜러사 선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수입차 영업에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하지만 코오롱은 사정이 썩 좋지 않다. 지난해 딜러권을 인수한 아우디는 환경부의 폭스바겐 판매 중지 여파로 개점휴업 상태다. BMW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약 4.3% 감소했다. 올 초 판매권을 획득한 볼보는 대형 스프츠유틸리티차량(SUV) ‘XC90’의 인기에 판매가 늘고 있지만 아직 큰 수익을 낼 정도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전략적으로 양산차(도요타)에서부터 프리미엄 세단(마세라티)으로 브랜드를 다양화 한 효성의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했다. 코오롱의 경우 아우디폭스바겐 판매 중단 사태라는 거대 악재로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시장 초기에는 코오롱이 수입 판매한 BMW 등이 인기를 끌었지만 수입차 시장이 성숙하면서 효성이 취급하는 비교적 고가의 벤츠나 마세라티, 페라리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전략적 선택이 양사의 상황을 결정짓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