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이슈&워치] 여소야대 실감, 경제관료들의 한탄 "이 정도일 줄은...정부가 할수 있는 일이 없네요"

발목잡는 野, 역할 못하는 與

국회벽 앞에 무기력감만 느껴

"내년까지 이상태 지속될텐데

정책 방향 잡기 너무 어려워"

0515A01 한국경제 둘러싼 대내외 악재0515A01 한국경제 둘러싼 대내외 악재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


“마치 30년 전인 지난 1988년 4당 체제의 데자뷔를 보는 듯합니다. 당시 과장이었는데 4당을 뺑뺑이 돌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악몽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4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20대 국회가 거야(巨野) 체제로 출범한 후 경제정책의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을 견제하는 야당도 문제지만 당내 계파문제로 내전(內戰)을 치르느라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여당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설득해야 하는 경제 컨트롤타워도 국회의 벽 앞에서는 무기력한 상태다.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뒤 여의도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정책 세일즈에 나섰던 한 기재부 고위관료는 “대결적인 정치구도 앞에 무기력함만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추가경정예산·세법개정 등 주요한 정책도 차질이 우려된다. 오는 12일까지 국회 통과를 장담했던 추경예산안은 아직 심사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3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검찰 개혁, 사드대책특별위원회 구성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 처리 등 8대 요구사항에 대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 요구들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추경안 심사와 연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정기국회에서는 야당 주도로 내년 예산 및 세법 전쟁이 벌어질 태세다. 이미 더민주는 법인세율 인상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을 내걸었고 이에 대해 정부는 불가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정과제인 4대 구조개혁과 서비스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는 이미 관심에서 멀어져 오리무중이 됐다.


역대 정부에서도 4년차를 맞아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레임덕(권력누수)의 패턴을 답습하고 여기에 정치지형마저 여소야대가 되면서 국정을 이끌어갈 동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정치인들이 경제문제에 관한 한 정파적 입장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다”며 “내년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될 텐데 정책의 방향을 잡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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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제 역할을 못하는 동안 하반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수출이 전년 대비 10.2% 뒷걸음질치면서 사상 최장인 19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가 4개월 만에 30달러대로 주저앉으면서 추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유가는 신흥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감소, 불황형 경상수지 확대, 저물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 등 우리 경제에 이미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올해 말에는 현재 수준보다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당분간 수요와 공급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평균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1·4분기 72.1%)를 기록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로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에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음식업, 골프업, 소비재·유통업 등을 중심으로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역시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김영란법 시행 등에 따른 소비조정을 하반기 우리 경제의 제약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에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은 셈이다. 여기에다 하반기부터 기업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되면 설비투자 위축→대량해고→가계소득 감소의 악순환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와 다음달로 예정된 국정감사·정기국회 등이 정치권의 경제정책 발목잡기의 결정판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안을 먼저 요구한 것은 야당(국민의당)이었다”라며 “밤 새워 만들어가니 이제 와서 정치문제와 엮어 쟁점화하며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집행률 제고 등 추경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내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국회선진화법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19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야당은 예상을 뒤엎고 야대여소 국회를 만든 국민의 뜻을 되새겨야 한다”며 “만일 수권정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않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실망이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정곤기자 이연선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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