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열연 강판도 '美 관세 폭탄' 얻어맞나...속터지는 철강업계

[美 상무부 오늘 최종 판정]

현지선 40% 이상 부과설 솔솔

연 120만톤 규모 수출하는데

확정 땐 경쟁력 하락 불보듯



철강업계가 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최종 판정을 앞두고 예비판정보다 대폭 상향 조정된 관세율이 나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예비판정 때 나온 최대 7% 수준보다 훨씬 높은 40% 안팎 수준의 관세율 최종판정이 나왔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연 120만톤에 가까운 열연강판 물량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미 정부의 ‘관세 폭탄’ 결정이 현실화할 경우 막대한 가격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관세가 제품 가격에 전가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철강업계는 앞서 미 정부로부터 도금강판과 냉연강판 등에 대해 관세 폭탄을 얻어맞은 바 있어 이번 결정을 앞두고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과 강관 소재 등으로 쓰이는 열연강판은 지난해 미국에 116만톤, 금액으로는 5억4,700만달러(한화 약 6,000억원)어치가 수출됐다. 이는 지난해 열연 전체 수출의 12.8%를 차지하는 양이다. 전체 수출 물량 가운데 포스코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으로 가장 크다.


5일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6일(한국시간)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 최종판정을 내린다. 앞서 미 정부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대 7.33%의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나온 도금·냉연강판 관세율 결정 사례를 봤을 때 이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40% 이상의 관세율 최종판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최근 미국이 중국과 한국산 철강 제품에 폭탄 수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분위기를 봤을 때 예비판정보다는 높은 관세율이 결정되지 않겠냐”면서 “얻어맞을 것을 각오하고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가 이처럼 속앓이를 하는 것은 미국이 주요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폭탄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최대 58.4%(포스코 기준)의 관세 폭탄을 부과했다. 앞선 3월 내린 예비판정 결과인 최대 6.9%에서 최종판정을 통해 관세 장벽을 한껏 더 끌어올렸다. 도금강판에도 예비판정보다 높은 최대 49%(현대제철 기준·상계관세 포함)의 관세율을 확정했다.

관련기사



미국이 이처럼 한국산 철강제품에 높은 관세 장벽을 치는 것은 일차적으로 중국발(發) 철강 공급과잉에 대응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으로 전 세계적으로 철강 가격 체계가 붕괴됐고 자국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철강 업체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이러한 자국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과 통상·무역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가뜩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 역시 우리나라에 ‘의도 있는’ 관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한국산 방향성 전기강판에 대해 최대 37.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예비판정 결과인 14.5%보다 높은 관세 장벽을 친 것으로 이 같은 결정이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이 지나칠 정도로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쪽으로 반덤핑 판정을 내리는 우려스러운 조치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높은 반덤핑 관세율 결정이 결국 우리나라 철강 제품에 대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철강 업체와 거래업체들로서는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에서 수출한 열연강판을 수입해 강관 등으로 가공, 현지에 판매하는 포스코 미주법인은 이번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 최종판결이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문제는 국가와 국가 간의 이슈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경영 수완을 발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판매 가격 조정, 수출 대상국 다변화 등의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