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에너지소비 효율 1등급 가전제품 보조금 논란의 진실

한전, 1,400억 투입해 최대 20만원씩 환급 중

주주가치 침해논란, 결국 에너지효율 높여야 한전·소비자 ‘윈윈’

전력 피크 찍으면 高價 전기 사와야

미국·캐나다도 가전제품 인센티브 시행 중





정부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산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때아닌 주주가치 침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최대 에너지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이익금을 빼내 소비자들에게 지원해 한전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한전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에너지 효율 향상사업 명목으로 에너지공단에 1,393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에너지공단은 7월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TV와 에어컨 등을 산 소비자에게 가격의 10%(최대 20만원)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6월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후속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이 제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최소 50만명에서 많게는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에서 고객들이 1등급 가전제품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에서 고객들이 1등급 가전제품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한전이 에너지 효율 향상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한전 주주의 가치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전의 사업과 무관한 곳에 한전 자금을 투입해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의 시각은 다르다. 에너지 효율 향상사업에 한전 자금을 투입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한전에 이익이 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한전은 소비자들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회사다. 한전이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선 남동, 서부 등 발전자회사 6곳과 민간발전자회사, PPA(태양광 등 전력수급계약) 사업자 등으로부터 전기를 사와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추가 발전소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결국 전기가격이 비싼 LNG발전소 등의 가동을 줄일 수 있다”며 “이는 곧 한전의 전력구입비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전의 고유사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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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소비가 많아지면 한전이 급하게 비싼 값을 주고 전력을 사야 되고 이는 곧 소비자에게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발전원별 전력구입단가는 1kwh당 원자력이 63원으로 가장 쌌고 이어 유연탄(68원), LNG( 126원), 유류(150원), PPA(158원)순이었다. 한전은 가격이 싼 원자력, 유연탄, LNG 발전순으로 전기를 사오고 있다. 이들 3개 발전이 전체 전력 구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한다. 전력사용량이 피크를 찍으면 원자력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LNG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한전이 추가로 사와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에너지효율향상사업은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미국은 PG&E와 DP&L, PennPower , 캐나다는 HydroOne 등의 전력회사가에너지수요관리를 위해 세탁기와 에어컨, 냉장고 등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미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LED, 고효율전동기, 심야히트펌프 보일러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향상사업을 하고 있다”며 “잉여금을 활용하는 게 아니고 원가를 반영할 예정이며 이사회 승인을 받은 내용이기 때문에 주주가치 침해 논란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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