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니아’ 이상철(36)씨는 요즘 매일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한 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도무지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게다가 지난 6일에 리우 올림픽까지 개막해 그는 아예 한밤에 주요 경기를 챙겨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는 “다음날 업무를 생각해 억지로 잠을 자도 무더위로 자주 깬다”며 “어차피 제대로 못 잘거라면 올림픽 경기라도 챙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인의 축제’인 리우 올림픽까지 열리면서 이래저래 ‘잠못드는 대한민국’이 펼쳐지고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이후 이날까지 서울에서 열대야 현상이 발생한 날은 총 15일에 달했다. 이 기간 열대야가 없는 날은 7월 29일(아침 최저기온 23.4도)과 지난 3일(24도) 등 고작 이틀뿐이었다. 특히 광복절인 오는 15일까지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25도를 유지될 것으로 보여 올해 여름철 열대야 발생일수는 적어도 23일에 이를 전망이다. 한 달의 3분의 2 가량은 열대야에 시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리우 올림픽까지 개막해 당분간 ‘올빼미족’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대회가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지역과 우리나라는 시간 차가 12시간에 달해 주요 경기들이 한국 시간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열린다. 실제로 9일 새벽 4시 44분 열리는 양궁 경기에는 간판스타 기보배 선수가 출전한다. 10일 새벽 1시 11분에는 박태환 선수가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을 치르며, 올림픽 대표 축구팀은 11일 새벽 4시 멕시코와 피할 수 없는 일전에 나선다.
문제는 열대야와 올림픽 경기 시청으로 수면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분석·사고·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직장내에서 업무 효율 저하나 안전사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열대야에 이은 ‘올림픽 증후군’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데다 심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용공간 조성·강제낮잠 행사 등
기업도 업무효율 위해 낮잠 활용
이상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잠이 많이 부족하면 피곤하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출근 시간에는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며 “업무 효율이 떨어지면 낮잠을 잠깐씩 자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낮잠을 열대야와 올림픽 증후군의 극복 방법으로 이용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게으름의 상징’이었던 낮잠은 최근 몇몇 기업들이 직원 능률 향상의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달 27일 본사에 직원들을 위한 낮잠 전용공간 ‘냅 앤 릴렉스존(Nap & Relax Zone)’을 선보였다. ING생명도 지난달 1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강제낮잠’ 행사를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안현덕·양사록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