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사고의 80%는 이륙 3분 내, 착륙 8분 전에 일어난다는 통설이 있다. 그래서 그 시간을 ‘마의 11분’이라고 부른다. 만약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이때부터 ‘운명의 90초 룰’이 시작된다. 90초 내에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법칙이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비행기 폭발 등의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90초가 항공사고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비행기 좌석과 비상구도 이 룰을 지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상시 승무원들은 안내방송으로 충격 방지 자세와 비상구 위치, 탈출 요령 등을 설명하고 비행기가 멈추면 재빨리 비상구를 개방하고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펴 탈출로를 확보해야 한다. 승객은 짐을 포기하고 하이힐은 벗어야 한다. 일행은 탈출 후 챙기는 것이 순서다. 자칫 탈출시간이 지체되거나 탈출로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물에 추락하면 구명조끼 부풀리기를 비행기 바깥에서 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원칙들이 비상사태 때 지켜지도록 하는 방법은 반복된 훈련뿐이다.
지난 3일 에미레이트항공 소속 보잉777기가 두바이국제공항에 동체 착륙하는 비상상황이 펼쳐졌으나 탑승자 300명 전원이 무사했다. 탑승객은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비행기를 빠져나갔고 282명의 승객이 모두 탈출한 뒤 승무원 18명도 비행기를 벗어났다.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이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평상시 90초 내 탈출이 몸에 배도록 훈련 받은 덕분이다. 90초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모든 사건·사고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심폐소생술은 4분이다. 호흡이 멈춘 뒤 4분 내에 시작하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4~6분 사이에는 뇌 손상이 오기 쉬우며 10분이 지나면 심한 뇌 손상이 오거나 뇌사 상태가 된다. 골든타임만 제대로 지키면 대형 참사를 피하거나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에게 골든타임 원칙과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한다. /이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