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소설에 열광했던 조선후기로 시간여행

국립중앙도서관 '세책과 방각본'展

구운몽 등 방각본 소설 59종부터

책 대여 성행하던 저잣거리까지

18~19세기 상업출판 태동기 조명

이덕무의 문집 ‘아정유고’./사진제공=국립중앙도서관이덕무의 문집 ‘아정유고’./사진제공=국립중앙도서관







세책과 방각본 전시./사진제공=국립중앙도서관세책과 방각본 전시./사진제공=국립중앙도서관


“옛날에 한 남자가 종로거리의 담배 가게에서 어떤 사람이 소설 읽는 것을 듣다가, 영웅이 가장 실의하는 대목에 이르러서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입에 거품을 물고는 담뱃잎 써는 칼로 소설 읽던 사람을 찌르니, 바로 죽었다. 종종 이처럼 맹랑하게 죽는 일이 있으니 우스운 일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문인인 이덕무의 문집 ‘아정유고’에 실려 있는 글로 조선후기 사람들이 소설에 대해 얼마나 열광했던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관련기사



18~19세기 놀거리와 볼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시절, 소설 읽기에 심취해 있던 조선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오는 9일부터 11월 30일까지 도서관 본관 전시실에서 ‘세책과 방각본’ 기획 전시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늘어난 사람들의 소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받고 소설을 빌려주는 세책(貰冊)과 목판을 이용해 대량으로 찍어냈던 구운몽 등 조선 후기 방각본 소설 59종이 선보인다.

전시는 총 5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1부 ‘상업출판이 움트다’에서는 관판본 위주의 조선시대 서적 출판에서 민간의 출판과 유통이 생겨나는 상황을 개괄한다. 그리고 동시대 중국과 일본의 출판 동향 및 상업출판이 출현하기까지의 상황을 비교하여 조명한다. 2부 ‘소설의 열풍 속으로’에서는 18~19세기 한양의 새로운 도시문화가 형성되면서 발생한 소설 읽기 열풍을 전달한다. ‘소설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후기 소설 열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3부 ‘세책거리를 거닐다’에서는 세책점과 번화했던 시장모습을 연출해 당시 소설을 빌려주던 저잣거리를 재현한다. 4부 ‘소설 대중화의 주역, 방각본’에서는 조선후기 소설 대중화의 주역인 방각본이 서울뿐만 아니라 전주와 안성 등 지방으로 확산된 상황을 보여준다. 5부 ‘딱지본의 등장, 세책점을 기억하다’에서는 새로운 인쇄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국수 한 그릇 정도의 싼값이라 ‘육전소설’로도 불리던 딱지본으로 변한 세책과 방각본, 더불어 문인들의 기억에 남은 세책본과 현재 책대여점의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18∼19세기 한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불어 닥쳤던 옛사람들의 독서열풍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 시대에 다시금 독서열풍을 되살려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성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