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귀화 중국인 한국서 새 생명 얻다

길병원, 중국 의료기관과 협력

조혈모세포이식 성공적으로 마쳐

귀화 중국인 등희하 씨 5년 완치 판정

생존율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악성 급성골수백혈병을 앓던 귀화 중국인이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5년 완치 판정을 받아 새 새명을 얻게 됐다.

중국 한족 출신으로 2011년 한국에 귀화한 등희하 씨는 그해 아이를 임신했다. 그러나 이내 불행은 찾아왔다. 오른쪽 난소에 생긴 혹이 뱃속 아이와 함께 자라나며 끝내 아이를 잃고 말았다. 불행은 이어졌다. 유산 후 거듭하는 생리 불순과 복통에 병원을 찾았고, 피 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나왔다. 검사를 진행한 해당 산부인과에서는 큰 병원 방문을 당부했고, 그 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을 찾아 ‘급성골수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급성골수백혈병은 성인 백혈병 중 가장 흔한 형태로 급성 백혈병의 65%를 차지한다. 매년 인구 10만 명당 1.46명꼴로 발생한다.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성 요인, 방사선 조사, 화학약품 등의 노출과 항암제 등의 치료 약을 발병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찾은 한국에서 결혼 후 남편과 소규모의 중국집을 내고, 세 살 난 첫째 아들과 이제 막 행복을 조금씩 꿈꾸던 때 찾아온 불청객에 등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 후 박진희 가천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곧바로 등 씨를 무균실로 옮겨 치료를 시작했다. 재발 방지와 장기생존을 위해서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갈급한 상황이었다. 이식을 위해서 등 씨와 조직적합성(이식 시 거부반응을 일으킬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같은 조혈모세포가 필요했다.



등 씨는 곧바로 중국 가족들에게 연락 했다. 다행히 중국 현지 의료기관의 검사 결과 4남매 모두가 등 씨와 조직적합성이 일치했다. 남매 중 가장 젊고 혈액형이 같은 작은 오빠가 이식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식 가능 여부 확인과 실제 이식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증여자까지 중국에 있는 상황이라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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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를 비롯한 국내 의료진은 중국 현지 의료기관과 전화와 이메일을 수시로 주고받으며 등 씨의 조혈모세포 이식을 준비해나갔다.

막바지에 이르러 등 씨 오빠의 한국행 비자발급에 문제가 생겼다. 한 시가 급했던 박 교수는 직접 중국영사관에 전화를 해 상황을 설명하고 비자발급을 부탁했다. 박 교수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중국영사관에서는 한국행 비자를 발급해줬고, 조혈모세포를 증여받아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식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또 한 차례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음식을 먹으면 토하고, 환청과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등 암 치료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등 씨는 의료진의 격려와 가족을 생각하며 힘든 치료과정을 견뎌냈다.

등 씨는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박진희 교수님께서 ‘이겨낼 수 있다’는 힘을 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서서히 건강을 되찾은 등 씨는 수술 5년이 지난 현재 완치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 환자의 의지가 합쳐 만들어낸 ‘따뜻한 새 생명’인 셈이다.

등 씨는 “이처럼 병원의 관심과 배려로 비용도 절약 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지는 사례가 더욱 많아져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가 됐음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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