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S&P, 韓 신용등급 사상최고 'AA'로 상향]"구조적 문제 여전...방심은 금물"

英·佛과 어깨 나란히 했지만

소비 부진에 주력산업 쇠퇴

"종합 성적표로 봐선 안돼"

"환란 직전에도 등급 상향

경제선순환 구축 나서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사상 최고인 ‘AA’로 한 단계 상향했다. 중국과 일본을 따돌린 것이고 영국·프랑스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는 미국·독일 등 6개국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가신용등급 평가는 부채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이를 소비·투자 부진, 주력산업 쇠퇴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경제의 ‘종합 성적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S&P가 8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A-’ 안정적(stable)에서 ‘AA’ 안정적으로 상향했다고 발표했다”고 이날 밝혔다. 우리 신용등급은 중국(AA-, 부정적)을 한 단계 앞서고 일본(A+, 안정적)보다 두 단계 높아졌다. 한국은 무디스·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 모두에서 중국·일본보다 등급이 높다. 또 영국·프랑스와 같아졌다. 등급 전망까지 따지면 한국은 ‘안정적’으로 ‘부정적(negative)’인 영국·프랑스를 앞섰다. 한국이 받은 AA는 S&P의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우리보다 높은 곳은 독일·캐나다·호주·싱가포르·홍콩(AAA), 미국(AA+)뿐이다.

S&P는 등급 상향의 이유로 견조한 경제성장을 꼽았다. S&P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로 선진국의 0.3~1.5%보다 높다”며 “오는 2019년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우리 경제가 특정 산업 또는 수출시장에 의존하지 않은 다변화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수출이 부진하고 조선업이 구조조정을 겪고 있지만 수출 동향은 지역 내 다른 국가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으며 미국 경제 회복이 대중국 수출 부진을 보완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 대외건전성이 개선된 점도 지목했다. 국내 은행이 지난 2015년부터 대외순채권 상태로 전환되고 단기외채 규모도 줄었다. 변동환율제와 외환시장의 깊이도 대외충격의 강한 흡수장치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경상 흑자도 GDP 대비 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재정·통화정책의 여력도 한 이유로 꼽았다. S&P는 “자체 계산 결과 한국의 정부 부채가 GDP의 20%로 정부의 건전한 재정 상황이 신용등급 상향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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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S&P는 “GDP의 25%에 달하는 비금융 공공기관 부채가 정부 재정을 제약할 수 있고 은행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정부 재정 지원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체 신용등급이 낮고 비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이 크다는 점도 꼬집었다. 아울러 통일비용 등 잠재적 채무와 북한과의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신용등급 취약 요인으로 제시했다. S&P는 “안정적으로 전망을 제시한 것은 지정학적 위험이 크게 증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2년간 한국 신용등급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전 세계 신용등급 하향 도미노 속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미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차별화되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이 크게 불어나고 단기투기자금도 적어지는 등 대외건전성이 개선된 것을 S&P가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등급이 상향됐다고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개선됐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독려에도 기업은 투자를 안 하고 이는 ‘고용 부진→가계소득 증가세 둔화→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등 경제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외환위기 직전에도 한국은 신용등급이 상향된 바 있다. 등급 상향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경제 선순환 체계 구축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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