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컨테이너선 "아! 옛날이여"

낮은 운임료·수요 부진에

노는 선박 작년보다 3배↑

파나마 운하 확장도 악영향



글로벌 수요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 탓에 해운업계도 예년만 못한 성수기를 맞고 있다. 통상 하반기가 시작되는 7~8월은 연말을 앞두고 제조 생산 기지가 밀집한 아시아 국가들을 출발해 전 세계로 옮겨지는 물동량이 증가하는 시기지만 경기 침체와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에 따른 캐스케이딩(전환배치 효과)이 맞물려 일감을 찾지 못한 컨테이너 선박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계선(선박을 항구에 묶어두는 것)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7월 기준 9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 7월 24만TEU, 2015년 30만TEU보다 3~4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통상 7~8월을 성수기로 본다. 아시아를 출발해 북미와 유럽 등지로 옮겨지는 물동량 규모가 연말을 앞두고 급증하기 때문이다. 해운사들이 화주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운임일괄인상(GRI)을 시도하거나 할증 요금을 요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해운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이 운임 인상을 추진하면서 국내 해운사들도 덩달아 운임을 일부 인상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 해에 한 번 찾아오는 성수기임에도 계선 중인 선박 규모가 예년의 3~4배에 이른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기가 위축됐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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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해운 컨설팅 업체 드류리는 최근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선주들은 왜 컨테이너선을 계선하나’라는 분석 자료를 통해 “낮은 운임과 수요 부진이 해운사들이 운항을 포기하는 데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에 따라 중소형 선종인 파나막스급 선박이 운항을 쉬는 것도 계선 규모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 전에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5,000TEU급이 운하를 운항할 수 있는 최대 선박 규모였지만 지금은 1만4,000TEU급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던 컨테이너선들이 전환배치되면서 선복량 공급이 과잉된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파나마운하 개통으로 대형 선박이 북미항로에 투입되면서 기존에 북미항로를 오가던 5,000TEU급 선박들이 아시아 시장에 투입됐지만 당장 영업망 구축이 쉽지 않아 계선되는 선박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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