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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발 빠른 중국과 느림보 한국

.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국내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이 자주 언급된다. 그렇다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주요 산업 경쟁력은 아직 건재하다고 본다. 다만 허술하게 미래를 준비하면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미 한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견제를 실감하고 있다. 일부 산업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이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의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강화되는 동안 한국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이 기술력을 축적하는 속도보다 중국이 더 빨랐을 뿐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버틸만한 상황이었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순간 격차는 더 빠른 속도로 벌어질 것이다.


한국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T) 분야다. 더욱 범위를 좁힌다면 반도체 산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반도체는 한국이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주하는 분위기다. 물론 10년이나 20년 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대학·민간연구소 등이 연맹을 결성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정부의 지원을 통해 엄청난 자금력으로 잠재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대목에서 두려움을 느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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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핵심 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행보는 거침없다. 한국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창조경제를 통해 창업·벤처기업(스타트업)을 육성하며 대응한다지만 내실이 중요하다. 보여주기식 창조경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잘못된 부분은 고치고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육성 정책을 펴야 한다. 앉아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실행하는 혁신이 필요한 때다.

새로운 장벽도 변수다. 자국의 산업을 지키기 위한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다시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고 있는 날 선 공약을 허투루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준비와 대안이 필요하다.

세상은 과거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변화를 비슷하게라도 쫓아갈 수 있었다.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세계 일류 기업을 따라잡는 것까지는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부지런함만으로는 세상의 변화를 좇아가기 어렵다. 혁신과 창조를 기반으로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할 때다. 보여주기 위한 허례허식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신성장 산업 육성 대책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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