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광둥 지역에 위치한 선전이 최근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해도 손색없는 혁신 메카로 부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978년 신흥 산업도시 및 경제특구로 선정된 선전시는 전자제품과 부품제조업 분야를 육성하기 시작해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혁신제품을 선보이며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오늘날 선전 경제특구의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기준 약 2만4,110달러로 한국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선전 중심지구인 화창베이 상가에는 현재 15만여개의 매장이 하드웨어부품 소싱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신규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랄 수 있는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조성된 셈이다.
선전이 이렇게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기까지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컸다. 먼저 중국 정부는 선전의 벤처생태계 조성 및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재정지원 정책을 세우고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1980년부터 30여년간 100만명 정도였던 창업자 수가 개혁 단행 이후 3년여간 신규 창업자만도 138만명에 달하는 창업 붐이 일어났다. 또 선전은 2013년 중국에서 가장 먼저 최소자본금 제도를 철폐하는 사업자등록제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이외에도 △낮은 기업소득세(15%) △벤처기업 대출 혜택과 외국 투자기업 세금 혜택 △첨단기술 및 애니메이션 산업은 수익성이 되면 2년 동안 사업세 면제 및 향후 3년간 사업세 50%만 지불 △특정 녹색기술을 개발할 경우 세금공제 등 원만한 벤처 창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많이 힘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민간기업은 법률상 진입금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어디든 투자할 수 있었지만 온갖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제대로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유리문’과 특정 부문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튕겨 나가는 ‘회전문’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화웨이도 1980년대 중국의 개혁파 지도자가 실험 철학으로 추진한 혁신과 모험심 가득한 선전에 자리 잡지 않았다면 오늘날 아무런 정치적·사회적 기반 없이 30여년의 세월 동안 민간기업으로 고군분투하며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수만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자는 배당계획도 통과 혹은 실시되지 못했을 것이다.
선전의 민간기업들과 기술 스타트업들이 정책적 지원으로 오늘날의 위치로 성장했다면 이제 선전 소재 ICT 기업들은 지역의 폭발적인 경제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2015년 선전의 경제성장률은 중국 경제가 6.9%로 25년 만의 최저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도 무려 8.9%를 나타냈으며 반대로 홍콩의 경제 성장률은 2.4%로 하락했다. 선전 경제의 발전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벤처 자금을 대는 실리콘밸리식 선순환도 늘고 있다.
또 선전시는 국내외의 활발한 교류를 도모하기 위해 수많은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선전 전시산업은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KOTRA에 따르면 2014년 전시산업 직접 수입은 80억위안으로 2010년 대비 무려 4배 증가해 명실공히 상하이·베이징·광저우와 더불어 ‘중국 4대 전시도시’로서 입지를 굳혔다. 나아가 올해 추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9월 착공해 2018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처럼 선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전방위적 지원과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으며 떠오르는 기술기업들에 대해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여기에 기업이 질서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규칙을 세우고 다른 데는 크게 관여하지 않으면서 모두에게 법치화와 시장화를 보장해 신규 창업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도 현재 각종 스타트업 활성화 정책과 시스템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양국 정부와 기업 간에 서로 배우고 도울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을 것으로 본다. 세계 시장에는 이제 국경이 없다. 지금까지 미국 실리콘밸리발 혁신에 이어 이제 아시아가 중심이 되는 서울발·선전발 혁신 기업과 기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