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이자 아름다운 고성들이 천 년이 넘는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 프라하, 유서 깊은 카페가 있는 거리 풍경이 독특한 문화적 색채가 돼 전 세계 관광객을 사로잡는 나라. 이것이 우리가 '체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가 아닐까.
체코는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선 강대국인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합병된 적이 있고 지난 1960년대 말 '프라하의 봄' 때는 소련 탱크들에 짓밟힌 아픔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1990년대 초 민주주의를 되찾은 자부심도 지니고 있다. 자본주의로 전환한 후 20년 만에 부존자원 없이 인재와 기술력만을 가지고 유럽의 공장으로 우뚝 서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제 정책의 변화로 또 다른 기회를 맞고 있다. 저임금 인력으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던 개방 초기와 달리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 등 인프라 확충,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미만인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확대 등을 통한 혁신경제 추진이 그것이다. 이러한 체코의 혁신경제 비전은 우리의 창조경제와 맞닿아 있다. 비슷한 역사와 경제적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체코는 분명히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다. 특히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체코 순방을 계기로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다양한 협력에 합의하고 창조경제 파트너십을 중유럽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체코를 비롯한 슬로바키아·헝가리·폴란드(V4·비세그라드그룹) 4개국과의 정상회의에서 오는 2017년부터 새로운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것은 혁신 협력의 중요한 성과다.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정도로 뛰어난 4개국의 기초과학 역량과 한국의 뛰어난 응용기술이 혁신적 공조체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한 이번 순방에서 양국은 사이버 보안, ICT 인프라, 공동 R&D 등에 관한 협력 의사를 담은 ICT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옛 동구권 시절부터 소프트웨어 인재를 배출하고 현재 컴퓨터 무료 보안 프로그램 분야의 세계 1위와 3위 기업을 보유한 ICT 강국의 역량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양국의 기업과 연구소들이 참여하는 'ICT R&D 포럼'도 예정돼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파트너십이 혁신적인 ICT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겠는가.
과학기술과 ICT를 중심으로 하는 창조경제 비전을 세계 각국이 공유하고 있다. 비록 명칭은 다르지만 체코의 혁신경제도 우리와 같은 방향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창조경제 협력의 지평이 중유럽으로 확장돼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