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에 다르면 나미비아 출신의 사이클 선수 댄 크레이븐은 지난 6일 열린 남자 도로 경주 경기에서 완주를 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에 이번 올림픽에서 도로 경주에만 참가 신청을 한 크레이븐은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남자 도로 독주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크레이븐에게 도로 독주 경기에 참가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번 올림픽 사이클 종목에서 연이은 충돌 사고와 낙차 사고로 부상자가 속출해 경기 참가 인원이 부족한 까닭이었다.
요청을 받은 크레이븐은 IOC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도로 독주 종목에 맞는 훈련을 하지도 않았고, 자전거도 도로 경주 종목용 자전거만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독주 종목은 도로 경주와 달리 누가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는지가 아니라 제각기 출발한 선수들 각각의 완주 기록을 측정해 순위를 매긴다. 이런 종목의 특성에 따라 경주 종목과 독주 종목에 사용되는 자전거의 종류도 다르다. 이를 두고 크레이븐은 “F1 경기에 나스카 경주용 자동차를 타고 나서는 것”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크레이븐은 “올림픽 경기에 예상하지 못한 초청을 받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그냥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내 크레이븐은 생각을 바꿔 IOC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트위터에 그의 상황을 알려 팬들의 조언을 들은 것. 그는 “올림픽이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올림픽은 올림픽”이라며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나의 조국을 대표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라며 도로 독주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크레이븐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는 1위 기록보다 15분 이상 뒤쳐진 1분 27초 47을 기록, 35위에 올라 경기에 불참한 두 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꼴찌가 됐다. 하지만 도로 독주 종목 훈련이 전혀 돼 있지 않은 경주 종목 선수가 경주용 자전거로 경기에 나서 이 정도 기록을 남긴 것만으로 크레이븐 본인도 만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이클 팬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경기가 끝난 후 크레이븐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나보다 12분 늦게 출발하는 6명의 선수들에게 따라잡히지만 말자고 생각했다”며 “그 중 한 명에게만 따라잡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꼴찌에 그쳤지만, 경기에 참가해 완주한 것만으로도 도로 경주에서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그는 “나는 자랑스러운 나미비아인이다. 나는 나의 조국을 사랑한다”며 “조국의 이름을 가슴에 달고 올림픽 도로 독주 경기에 참가한 것 만으로 기쁘다”고 애국심을 드러냈다.
비록 크레이븐이 참가한 두 종목에서 모두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그의 올림픽 정신과 조국을 향한 애국심은 전 세계 올림픽 팬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