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잠겨 있는 휴대폰을 여는 방법은 버튼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이 다였다. 20년 뒤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스마트폰의 잠금 장치를 ‘눈’으로 해제하는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갤노트7)’에 홍채인식 기능을 탑재하면서 생체보안 기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 홍채는 생후 18~20개월 후면 일정한 형태로 고정되고, 왼쪽과 오른쪽이 각각 달라 복제가 불가능하다. 그만큼 보안성이 뛰어나다.
이번 갤노트7에 적용된 솔루션은 적외선 LED에서 나오는 적색 근적외선을 광원으로 활용, 홍채 인식 전용 카메라로 사용자의 눈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홍채와 동공의 색 차이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둘 사이의 경계를 좌표로 생성해 각 점마다 0과 1로 ‘이진화’ 해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이 데이터가 암호화돼 글로벌 보안 회사인 ‘ARM’의 보안 저장공간인 ‘트러스트 존’에 담긴다. 이 공간은 외부로부터 접근을 차단하고 승인된 접속 요청만 허용한다. 삼성은 여기에 자사의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KNOX)도 적용해 2중으로 보호한다.
갤노트7에 처음 적용된 ‘삼성패스’도 홍채로 본인을 인증하는 기술이다. 홍채 인식 카메라에 눈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본인 인증이 되며, 이후 갤노트7으로 모바일뱅킹, 금융·증권 거래 등을 공인인증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홍채인식 못지않게 큰 관심을 받은 신기술은 물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S펜’이다. S펜은 길이 108㎜, 무게 3g의 작은 크기지만 내부 회로에는 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다양한 부품이 탑재된 회로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회로기판(PCB) 몰딩과 고무 재질 실링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적용됐다. 물기가 있는데도 S펜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S펜이 전자기 유도(EMR)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S펜에 내장된 코일과 스마트폰에 탑재된 입력장치에서 나오는 전자기장을 인식해 필기나 그림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손가락이나 일반적인 스타일러스의 원리인 정전식과 달리 EMR 방식은 물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S펜은 별도의 배터리가 없지만, 스마트폰에서 전자기장을 통해 S펜으로 에너지를 전달하고 S펜이 다시 전자기장으로 특정 신호를 보내 스마트폰이 S펜의 위치와 필압 등을 인지한다.
한층 강화된 방수·방진 기능의 원리도 관심이다. 외부 노출 부분에 수분이 유입되지 않도록 덮개를 사용했던 기존 제품과 달리 이번에는 USB 충전단자와 이어잭 등의 외부단자와 연결하는 부품에 니켈(Ni), 백금(Pt) 등의 비부식성 재질과 부식 방지 코팅을 적용했다. 내부에는 방수 테이프를 넣어 케이스 간 틈을 차단했다. 방진, 방수 기능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정한 보호등급에 따라 ‘IPXX’로 성능을 구분하는데, IP 다음에 바로 오는 숫자가 방진 성능(0~6)을, 두 번째 숫자는 방수 성능(0~8)을 뜻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성능이 우수하며 이번에 스마트폰 본체 뿐 아니라 S펜 자체도 IP68 수준의 높은 성능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