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기료 누진제 개편] 요금격차 11.7배→3배…누진 3단계 완화 유력

누진제 개편 시나리오는…

'4단계 방안' 요금격차 8배 단점

누진제 폐지땐 저소득층 요금폭탄

단일요금제 도입 가능성은 낮아



‘정부가 여름철 전기료 폭탄의 주범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질하기로 하면서 개편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진제의 중장기 개편 시나리오로 징벌적 요금제 성격이 강한 기존 6단계인 누진 단계를 3~4단계로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조정안’을 오는 26일 열리는 전기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전기요금 조정안에는 단기 처방으로 지난해 전기요금 인하안(누진 3·4단계 통합부과)을 적용하는 방식과 누진제 자체를 완화하는 중장기 개편방안이 담기게 된다. 산업부와 기획재정부가 전기위원회가 마련한 요금 조정안을 놓고 협의를 거치게 되면 최종결정은 산업부 장관이 내리는 구조다.


가정용 전기요금제 구간은 △1단계(사용량 100㎾ 이하) △2단계(101~200㎾) △3단계(201~300㎾) △4단계(301~400㎾) △5단계(401~500㎾) △6단계(501㎾ 이상)로 구분된다.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누진율은 11.7배에 달한다. 산업부는 6단계 구간을 3~4단계로 낮추고 요금 배율 차를 줄이는 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방식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방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국회에 △200kwh 단위로 4단계(요금 격차 최대 8배) △200kwh 단위로 3단계(요금 격차 최대 3배) △누진제 폐지 후 단일요금제 적용이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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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4단계 적용방식의 장점은 저소득층의 요금인상이 이전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다. 50kwh, 150kwh, 250kwh를 사용하는 가정은 현행 6단계보다 1,984원, 421원, 2,183원씩 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구간별로 50kwh(3,121원), 150kwh(3,832원), 250kwh(4,286원)를 내야 하는 3단계보다 부담이 적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고소득층에 대한 ‘부자감세’ 논란도 피할 수 있다. 3단계의 경우 350kwh, 450kwh, 601kwh를 쓰면 요금이 각각 5,379원, 8,738원, 5만4,928원이 줄어드는 반면 4단계(같은 전력량)의 요금부담 절감액은 1,456원, 3,223원, 3만3,470원씩에 불과하다. 누진제 폐지 후 단일요금 적용의 경우 ‘사용자 부담원칙’에는 맞지만 도입 가능성은 가장 낮다. 누진제를 적용할 때 월 3,815만원만 내면 됐던 50kwh 가정은 단일 요금제로 요금 부담이 두 배 가까이 늘어 7,084원을 내야 하는 반면 601kwh를 사용해 21만2,247원을 내던 요금부담이 8만5,127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 저소득층 부담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4단계도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1단계 구간과 4단계 구간 요금의 격차가 8배에 달해 전력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요금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전기료 누진제 폭탄 여론이 들끓었던 원인이 과도한 누진구간 때문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채택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중기 개편할 경우 현행 11.7배에 달하는 누진 배율을 3배로 최소화할 수 있는 3단계 적용방식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택용 요금 총액을 그대로 두고 단계와 배율만 조절할 경우 저소득층 부담이 늘어나고 상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만큼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쿠폰이나 환급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는 “당장 누진제를 대폭 완화하기 어렵다면 매년 한두 구간씩 손을 봐 결과적으로는 누진구간을 2~3단계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누진 배율도 3배 정도가 최대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기가 쓴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진제는 폐기하거나 최대한 완화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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